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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공지능과 인간의 미래

중앙일보 2016.03.17 00:29 종합 3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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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연
KAIST 전산학부 교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대1로 이긴 것은 모두에게 놀라운 소식이다. 사람들은 당장 알파고가 대표하는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미래에 어떻게 얼마나 빨리 발전할 것인지, 그러한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심지어 혹시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두려움도 느끼고 있다.

알파고나 IBM 왓슨(Watson)과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 아닐지라도 영화 추천 알고리즘, 항공권 가격 책정 시스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 자동 태깅 등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30~40년 후에 알파고와 같이 특정 영역에 한정된 인공지능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인간 수준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개발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 예언을 믿는다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일까. 공상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자유의지를 가진 인공지능이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오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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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 앞서 20년 일찍 컴퓨터 알고리즘이 최고의 인간을 이긴 체스를 보자. 1997년 체스의 그랜드마스터인 카스파로프(Kasparov)는 IBM의 딥블루(Deep Blue)에게 3.5 대 2.5로 졌다. 그 후로 체스는 사람이 절대 컴퓨터를 이기지 못하는 게임이 됐고, 카스파로프는 컴퓨터와 사람이 팀을 이뤄서 대결하는 프리스타일 체스에 노력을 기울였다. 프리스타일 체스가 흥미로운 점은 아무리 수퍼컴퓨터를 써도 컴퓨터만으로는 컴퓨터-사람의 팀을 이기지 못하고, 아무리 그랜드마스터라고 해도 사람 혼자의 힘만으로는 컴퓨터-사람의 팀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6년 프리스타일 체스 토너먼트에서 놀라운 반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무도 들어보지 못하고 눈여겨보지 않던 다크호스 잭스(ZackS)라는 팀이 결승까지 가서 승리를 한 것이다. 그 전까지 프리스타일 토너먼트에 참여해서 이긴 팀들은 모두 그랜드마스터 수준의 체스 프로와 높은 성능의 컴퓨터로 구성된 팀이었는데, 잭스 팀은 체스 그랜드마스터 없이 두 명의 아마추어들이 컴퓨터와 팀을 이뤄 다른 팀들을 모두 꺾고 우승한 것이다. 이 팀의 경기를 관전하던 사람들은 모두 카스파로프가 팀원 중 하나일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카스파로프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프리스타일 체스의 반전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과 사람의 협력은 각각의 능력을 넘어서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인공지능과 협력하는 사람은 체스의 그랜드마스터 같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랜드마스터는 컴퓨터의 분석 결과를 믿지 못해 자신의 생각대로 경기에 임하는데, 그것이 때로는 패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잭스와 같이 체스에서는 아마추어지만 프리스타일 체스에서 이길 수 있는 팀의 비결은 더 빠른 컴퓨터 사양도, 더 많은 데이터로 학습한 알고리즘도 아니다. 컴퓨터의 분석 결과를 잘 이해하고, 그 결과를 인간만의 지능으로 잘 해석해 재빨리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다.

1997년 체스에서 딥블루가 카스파로프를 이겼고, 2016년 바둑에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겼다. 또 보드게임 형태가 아닌 장학퀴즈와 비슷한 제오파디에서는 IBM의 왓슨이 2011년 인간을 상대로 챔피언이 됐다. 어찌 보면 인공지능이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을 이기는 것은 그저 시간문제인 것 같다. 그러나 애초에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연구자들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데 있지 않았다. 이들을 포함한 많은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공지능을 연구해 발전시키고, 그 발전의 결과로 태어나는 지능적 시스템들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들(환경·자원·질병·전쟁·교육·사회불평등)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준비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경쟁에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 오히려 가장 필요한 대비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력에 대한 고민과 연구라고 봐야 한다.

이미 전산학에서는 인터랙티브 기계학습, 전산사회과학,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컴퓨터를 통한 협력 등 인간과 컴퓨터 협력의 기반이 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 인간과 컴퓨터가 협력해 인류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려면 이 문제들의 전문가들과 전산학 전문가들의 소통과 융합이 중요하다. 그래야 각 문제에 대한 전산학적 접근의 기본 연구가 수행될 수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가 설명했듯이 알파고의 기반 기술은 수십 년의 인공지능 기초 연구의 결실이다. 따라서 최근에야 활성화된 소프트웨어 교육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 세대부터는 인공지능의 원리와 알고리즘을 잘 이해하고 적절히 사용해 인공지능을 다스릴 수 있는 인재가 양성돼야 다양한 분야의 리더로 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혜연 KAIST 전산학부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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