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커 몰리는 통영·순천엔 면세점 왜 안 만드나”

중앙일보 2016.03.17 00:01 경제 3면 지면보기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서울에 추가로 면세점 특허를 내줄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하며 공청회를 열자 업계 간 치열한 기싸움이 시작됐다.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은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면세점 이용자와 매출액 급증 추세를 감안할 때 특허를 추가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광지·공항 등 지방 대책 촉구
서울 추가 특허 방안 놓고 격론

국책연구기관인 KEIP가 제시한 것은 사실상 정부안이나 다름없다. KIEP에 따르면 2011~2015년 서울 소재 면세점을 이용하는 외국인 수와 매출액은 각각 128%와 165%로 증가했다. 그러나 박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회 위원은 “신규 면세점을 늘리기 전에 지금은 거의 공짜로 주고 있는 수수료의 적정 수준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HDC신라면세점·한화갤러리아·SM면세점·신세계DF·두산 등 지난해 서울에서 면세점 특허를 받은 5개 업체는 이날 긴급회의를 하고 추가 허용에 반대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권희석 SM면세점 대표는 “2월에 사업을 시작했는데 파리만 날린다. 관광객도 줄고 업황도 좋지 않은데 특허를 추가로 내줄 수 있다는 방안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사업권을 뺏긴 SK와 롯데는 “신규 면세점 업체의 주장은 진입 장벽을 낮춰 경쟁해야 한다고 떠들었던 자신의 논리를 스스로 뒤집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기사 이미지

대기업들이 서울 시내 면세점을 놓고 대립하고 있지만, 한편에선 지방 면세점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노석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부회장은 “경남 통영이나 전남 순천은 최근 크루즈 입항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한 번에 수천 명씩 찾고 있지만 마땅한 면세점이 없어서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응기 충북도청 관광정책팀장은 “청주공항의 경우 이용객이 5년 전 2만 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0만 명에 육박했다”며 “해외 명품 업체 유치가 힘든 중견기업이 면세점을 운영하다 보니 북적이는 승객만큼 수익을 거두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견 기업이 면세점 운영을 하는 것은 2013년 개정된 관세법 시행령에 따라 전체 면세점 중 20%(2018년부터는 30%)는 자산 총액 1조원, 최근 3년간 매출액 5000억원 미만인 기업이 운영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개정 과정에 참여했던 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품 진열 노하우와 해외 명품 업체 유치, 재고 처리 능력까지 감안한다면 면세점은 중견 기업보다는 대기업에 적합한 업종”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가 시행령을 재개정하려면 2012년 면세점을 대기업 특혜 사업으로 규정한 뒤 중견기업과 동반 성장을 위해 법 개정을 추진했던 야당과 합의를 해야 한다.

김민상·이현택·장원석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