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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회사 망하면 노조가 무슨 소용…스웨덴식 상생법 찾는 자동차업계

중앙일보 2016.03.17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노사가 대타협 이후 해외 물량을 끌어옴으로써 일자리를 늘린 대표적인 모범 사례다.”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은 16일 ‘국내 완성차·자동차 부품업종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르노삼성차를 극찬했다. 노사가 힘을 모아 생산성을 끌어올려 해외 생산 물량을 부산공장으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처음으로 무분규 노사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노조원의 찬성률은 93%였다. 생산성을 높인 부산공장으로 주문이 몰린 것은 당연하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당초 부산공장에 닛산 로그(Rogue) 생산을 8만 대 맡겼다가 지난해 초 이를 11만 대로 증산해달라고 요청했다. 덕분에 르노삼성차는 2014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46개 공장 중 19위였던 생산력을 지난해 4위까지 끌어올렸다. 일거리가 늘어난 부산공장은 지금도 밤낮 없이 가동되고 있다.

르노삼성·한국GM·쌍용 …\
대화·타협, 생산성 향상 이끌어내
소모전 줄이기 터닝포인트 기대


그간 자동차 업계 노사관계는 대립적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파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경쟁력 하락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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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국내 완성차 업체는 과도한 노동 비용으로 생산성이 하락하는 고질적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스웨덴식 노사 모델을 떠올리게 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온다.

한국GM이 연초 설립한 ‘내수 판매 활성화 태스크포스팀(TFT)’이 대표적이다. 고남권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장이 먼저 사측에 제안해 설립된 팀이다. 여기서 노사 간부급 임원 10여 명이 격주로 머리를 맞대는 이유는 딱 하나다. ‘내수 점유율 10%’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쌍용자동차도 2009년부터 노사경영발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최종식 사장이 직접 참여하는 이 위원회는 노조 간부와 현안을 상시로 공유한다. 르노삼성차가 올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노사 공동 인사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역시 임금 인상 방식을 사측이 노조와 함께 논의하기 위해 만들었다.

모두 ‘회사가 망하면 노조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인식을 양측이 공유하면서 등장한 사례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한 공장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즉각 다른 국가의 공장으로 물량을 바꿔버린다. 실적이 좋지 않아 회사가 무너지면 모두가 실업자다. 경기 불황을 겪으면서 기업의 안정적인 실적이 고용 안정과 직결된다는 걸 이들은 몸소 체험했다. 회사가 잘 굴러가려면 노사가 너나할 것 없이 협상의 테이블에 앉아야만 했다.

물론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스웨덴식 노사 모델이 마냥 좋다고만 볼 수는 없다. 지나치게 타협을 강조하는 건 스웨덴식 모델의 단점이다. 노사가 합의하지 않으면 시급한 현안도 의사결정을 미뤄버리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겪을 불편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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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철
경제부문 기자

하지만 타협을 모르는 우리나라 노사문화에서 최근 일련의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 상식과 논리가 통하도록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라는 점은 분명하다. 스웨덴식 노사 모델의 한계가 있다면 이를 개선한 한국형 상생 모델로 발전시키면 될 일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력을 확보하려면 불필요한 소모전을 줄여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완성차 업체들의 최근 시도는 노사 상생을 위한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문희철 경제부문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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