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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숨은 청년실업자, 공시족만 22만명

중앙일보 2016.03.17 00:01 경제 1면 지면보기
허성준(23)씨는 올 1월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공부에 전념하려 대학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했다. 허씨는 “대학 선배들을 보니 문과라 그런지 취직이 너무 어렵더라”며 “갈 곳을 못 찾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빨리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최악 청년 실업률 12.5%
공시족, 응시하면 통계에 포함
한 해 3만 늘어 0.5%P 높여

4년째 경찰간부후보생 시험에 도전하고 있는 김모(28)씨는 서울 노량진에서 수험 준비를 하다 1월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계속 공부 중이다. “주변에 나만큼 오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사람이 많아서 서로 공부나 취업난에 대해선 말을 잘 안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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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률 12.5%. 그 안의 얘기다. 16일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2월 청년 실업률은 1999년 통계 편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가장 큰 원인은 ‘22만 공시족’이다. 올해 9급 공무원 응시자는 지난해보다 3만 명 이상 증가했다. 평상시 통계청은 공시족을 ‘수강’ ‘재학’ 같은 이유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한다. 실업률은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한 경제활동인구 안에서만 계산한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면 통계상 신분이 바뀐다. ‘응시=구직활동’이란 공식에 따라 경제활동인구로 옮겨가 곧바로 실업자로 잡힌다. 심원보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공무원 시험 응시자가 늘어난 효과가 청년 실업률을 최소한 0.5%포인트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통계 노이즈(잡음)’로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 하지만 문제의 뿌리는 깊다. 공무원 시험 원서 접수를 계기로 청년 실업 문제의 민낯이 드러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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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은 실업자에 잠재 구직자까지 모두를 추린 체감 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을 매달 발표한다.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수치로 2월 체감 실업률은 12.3%다. 통계청은 청년층 체감 실업률은 따로 안 낸다. 그러나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체감 청년 실업률은 22%에 이른다.

취업난은 청년층만의 일도 아니다. 2월 전체 실업률은 4.9%로 6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취업자 수 증가 폭도 22만3000명으로 석 달 만에 다시 20만 명대로 내려앉았다. 일자리 대란엔 계절적 요인도 컸다. 1, 2월은 공무원은 물론 민간 기업, 노인 일자리 사업 원서 접수도 몰리는 시기다. 거기에 설 명절을 전후해 택배·운송업, 도소매, 식료품 제조업 등 반짝 생겼다 사라지는 일자리도 많았다. 올 2월 고용동향 조사는 설 전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설 연휴(2월 7~9일) 이후에 이뤄졌다. 연휴를 전후해 잠깐 아르바이트를 했다가 그만둔 젊은 층이 많았던 것도 청년 실업률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다음달 청년·여성 일자리 확대 방안을 내놓는다. 주요 대책은 ▶기존 일자리 사업 심층평가 후 통폐합 ▶고용 지원 전달 체계 강화 ▶일자리 정보 통합 포털 개설 ▶고용지원금 지원 대상 사업주에서 취업자 전환 등이다. 그러나 반듯하고 안정된 일자리가 줄고 결국 공무원 시험으로 구직자가 쏠리는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 대안은 아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기업은 추가 채용을 안 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와 노동시장 경직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선 구조개혁이란 해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김유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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