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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명숙 전 총리의 계속되는 법치 조롱

중앙일보 2016.03.14 19:08 종합 34면 지면보기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한명숙 전 총리가 이번에는 영치금까지 추징당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검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 전 총리가 8억8300여만원의 추징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등 사실상 자진 납부를 거부한 데다 고의로 재산을 빼돌린 정황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영치금을 추징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한 전 총리의 영치금 중 약값이나 생필품 구입에 필요한 10만원 정도만 남기고 250만원은 추징했다. 한 전 총리 측은 “검찰이 선거를 앞두고 친노(親盧) 인사들에 대한 흠집을 내기 위해 망신주기식으로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검찰 수사 단계는 물론이고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에도 법치를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여야를 떠나 일국의 총리까지 지낸 사회지도층 인사의 처신치고는 경박하고 무례하게까지 느껴졌던 것이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이 기소된 지 5년1개월 만에 유죄 확정판결을 내리자 한 전 총리는 ‘정치탄압’을 주장하며 법원과 검찰을 비난했다. 이후 “양심을 걸고 무죄를 주장한다”며 서울구치소 수감을 미루려다 여론의 비난을 받았으며, 법무부는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도 했다.

그런 한 전 총리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2억2300여만원의 예금을 인출하고, 1억50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남편 명의로 돌려놓고, 여동생에게 준 1억여원의 전세보증금을 여동생 남편 명의로 바꾼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3월 국회의원 신분으로 한 재산공개에서 2억2300여만원의 은행예금 등 4억여원이 본인의 재산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 전 총리의 입장에선 추징금을 다 낼 경우 가족들의 생계마저 위태로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뻔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행동을 하면서 양심을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고 어불성설이다. 전직 총리가 이렇게 법을 이용해 법치를 유린해도 된단 말인가. 사과 한마디 없이 번지르르한 말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이 한때 대한민국의 총리였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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