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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인사이드] 'ELS 주식 대량매도' 이번엔 금융사 승소… 엇갈린 판결 이유는?

중앙일보 2016.03.14 14:23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가 수익금을 지급받기 직전 금융사의 관련 주식 대량 매도로 손해를 본 투자자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앞서 지난 7일 대법원은 대우증권을 상대로 제기된 유사 소송에서는 투자자의 손을 들어줬다. 사안에 따라 법원이 엇갈린 결론을 내면서 향후 진행될 ELS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김모(62)씨가 “ELS 투자로 손해본 92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BNP파리바은행과 신영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김씨는 2006년 3월 신영증권이 발행한 ELS에 1억원을 투자했다. 하이닉스와 기아자동차 주식과 연계돼 두 종목의 종가가 기준가격의 75% 이상인 경우 연 16.1%의 수익을 더해 조기상환 받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번번이 조기상환 조건을 맞추지 못했다. 신영증권과 스왑계약을 통해 동일한 구조의 파생금융상품을 사들인 BNP파리바은행이 첫 조기상환기일에 기아차 주식 101만8000여주를 한꺼번에 팔아치우면서 종가가 떨어져 상환 조건을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김씨는 만기일인 2009년 3월 2950만원만 돌려받게 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은행의 행위는 위험회피와 상환재원 마련 목적의 정당한 거래“란 BNP파리바은행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주가 등락에 따라 기초자산 보유량을 조절하는 ‘델타헤지’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또 법원은 BNP파리바은행에게 시세조종을 위한 가장ㆍ허위매매 흔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BNP파리바은행은 100만주 가운데 60만주를 시장가에 매도 주문했고, 조기상환일에 높은 주문가격을 불렀다가 주가가 상승하지 않자 오후부터 가격을 낮춰 팔았다. 하지만 지난달 배상책임이 확정된 대우증권의 경우 장 마감 10분 전 기초 자산을 기준가격보다 저가에 대량 매도해 사실상 시세조종 행위를 했다는 점이 인정됐다.

두 사건에서 상반된 결론이 나온 건 금융사의 델타헤지가 정당한 범위 내에서 이뤄졌는 지에 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이거나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ELS 관련 사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화스마트 ELS 제10호’와 관련해 상품위험 헤지를 담당한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를 상대로 “만기상환금의 지급위험을 피하기 위해 주가 조작을 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청구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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