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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인사이드] 놀러온 내 아이의 친구가 내 집에서 다쳤을 때 책임은

중앙일보 2016.03.14 14:22

2012년 12월 A군(당시 12세)은 친구네 집에 놀러가 놀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습니다.

2층 다가구 주택의 지상 8m 높이 옥상에서 뛰어놀다 발을 헛디뎌 떨어졌습니다.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A군은 숨을 거뒀습니다. 당시 옥상은 방수공사를 위해 난간이 뜯어진 상태였습니다.

A군의 부모는 친구의 아버지이자 이 집 주인인 B씨를 상대로 1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B씨에게 추락 방지용 난간을 설치하지 않은 책임과 아이들이 옥상으로 올라가는 걸 막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A군 부모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서울고법 민사24부(부장 이은애)는 “B씨는 A군의 부모에게 7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4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 B씨가 기존에 설치된 옥상 난간을 뜯고 방수공사를 한 뒤 추락 방지 조치를 해야할 의무가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A군이 옥상에서 추락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A군도 이전에 B씨로부터 주의를 들어 옥상에 난간이 없고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주의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B씨의 책임을 25%로 제한했습니다.

B씨에 대해선 형사재판도 진행 중입니다. 검찰이 B씨를 중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입니다. 1심 재판부는 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금고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B씨를 법정구속했습니다. B씨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1심 재판부는 “B씨가 사고 당일 아들이 A군 등과 함께 2층에서 놀고 있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주의 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사태를 정반대로 파악했습니다. 항소심은 “옥상 방수공사를 위해 난간을 뜯어낸 뒤 비용문제로 재설치가 지연됐을 뿐”이라며 중과실치상은 될 수 없고 일반 과실치상죄만을 물을 수 있다고 보고 벌금 300만원으로 감형했습니다. 검찰의 상고로 ‘A군 추락’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과실에 의한 추락사가 발생했을 때 도로나 건물의 관리책임을 지고 있는 관리자 또는 소유자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는 적지 않습니다. 놀러온 자녀의 친구가 자신의 집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집 주인의 죗값은 얼마나 인정돼야 할까요. 형사재판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에 오히려 관심이 모입니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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