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세돌, 세 판 내리 져 모두 끝났다고 했을 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2016.03.14 02:26 종합 1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이세돌 9단이 13일 알파고를 상대로 세 번의 패배 뒤에 첫 승을 거뒀다. 이 9단이 대국 뒤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알파고도 완벽하진 않았고, 이세돌은 포기하지 않았다.

284분 혈투 알파고에 불계승
이 “값어치 매길 수 없는 1승”
허사비스 “그는 창의적 천재”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4국에서 이세돌 9단이 180 수 만에 불계승했다.

알파고와의 9번째 공식 대국 만에 거둔 ‘인간계’의 첫 승이었다. 2014년 지구상에 처음 등장한 인공지능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 챔피언 판후이와의 5번기를 싹쓸이했다. 이 9단과도 12일까지 세 판을 내리 이겼다. 하루 3만 개의 기보를 스스로 학습하고, 1200여 개의 CPU(중앙처리장치)를 장착한 채 중앙 두터움까지 계산하면서 최적의 수를 찾아내는 알파고는 감히 인간이 넘볼 수 없는 ‘바둑의 신’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이 9단은 불굴의 투혼으로 수퍼컴의 빈틈을 공략해 갔다. 전략은 ‘선 실리 후 타개’였다. 4국 초반 이 9단은 섣불리 덤비지 않았다. 냉정한 인공지능처럼 참고 또 참았다. 좌우변에 최대한 실리를 얻어 갔다. 그 틈에 알파고가 중앙에 세력을 쌓아 갔다. 형국은 이전처럼 만만치 않았다. 그러자 이 9단은 특유의 승부 호흡으로 ‘특공대’를 투입했다.

중반 백병전이 치열해지면서 이 9단은 일찌감치 초읽기에 들어갔다. 1초를 남기고 간신히 돌을 놓는 이 9단의 손이 떨렸다. 하지만 1시간이나 넘게 남은 알파고는 단단했다. 여전히 판세는 알파고의 우세였다.

누구나 이미 전세가 넘어갔다고 예견하는 순간, 이 9단이 중앙 ‘끼우기’로 승부수를 던졌다. 벼랑 끝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혼의 착점이었다. 100만 개의 기보에서도 보지 못한 묘수에 알파고는 흔들렸고, 이후 악수를 거듭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관련기사 실수 없었는데 지다니…이세돌 “한 판이라도 이기겠다”

김성룡 9단은 “알파고는 상대방이 자신의 집에 침투했을 때 대처 능력이 조금 미흡하다. 이 9단이 그걸 간파한 것이다. 단 세 번의 경험 만으로 인공지능의 약점을 알아냈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전했다.

4시간44분의 혈전이었다. 이 9단은 “한 판 이긴 게 이렇게 기쁠 수 없다. 값어치로 매길 수 없는 1승”이라며 감격해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이 9단처럼 창의적인 천재와 대국한 건 알파고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서다. 오늘의 패배는 매우 소중하다”고 말했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최종 5국은 15일 오후 1시에 열린다.

글=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