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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건의 아하, 아메리카] 트럼프 ‘손볼 나라’ 리스트에 긴장하는 멕시코·중국

중앙일보 2016.03.14 01:40 종합 12면 지면보기
도널드 트럼프의 ‘블랙리스트’에 지구촌이 긴장하고 있다. 집권하면 미국의 대외 정책 기조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트럼프 구상을 놓고 당초 표를 얻기 위한 선거 전략 정도로 치부했던 국제 사회는 트럼프가 집권하면 손을 볼 나라들에 대한 보복 구상을 구체화한 데 이어 그가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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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봉이냐” 보복 공약 구체화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45% 관세

트럼프가 만들겠다는 지구촌 신 질서의 두 축은 공정 무역과 비용 분담이다. 트럼프의 공정 무역은 저임금과 각종 비관세 장벽으로 부당하게 미국 시장과 일자리를 잠식하는 나라들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트럼프는 “자유 무역은 미국에 번영을 가져오지만 이는 공정한 무역이어야 한다”고 단언해 왔다. 비용 분담은 미국에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지역의 위기와 안보 비용은 각국이 지불해야 할 몫을 내라는 요구다. 미국은 봉이 아니라는 게 요지다.

트럼프 블랙리스트의 1순위는 멕시코와 중국이다. 두 나라에 대해선 집권하면 취할 보복 조치까지 발표했다. 트럼프 캠프는 이미 멕시코 국경에 설치할 ‘장벽 플랜’을 공개했다. 미국 내 멕시코 불법 취업자의 송금을 몰수하고, 멕시코 기업인·외교관에 대한 각종 입국 수수료를 인상하며, 경우에 따라 비자 발급도 거부키로 했다. 멕시코 선박의 미국 입항 비용을 인상하는 등 멕시코가 장벽 비용을 댈 때까지 압박 조치를 계속하겠다고 발표했다. 멕시코로선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중국에 대해선 지난해 11월 ‘ 4대 공약’을 발표한 데 이어 ‘폭탄 관세’를 공언했다. 4대 공약은 집권하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 내 지적재산권 준수를 의무화하게 만들며, 불법 수출보조금 및 느슨한 노동·환경 기준을 없애게 하고, 중국이 이에 불응해 미국에 도전할 경우에 대비해 동중국해·남중국해에 미군을 증강한다는 계획이다. 트럼프는 지난 1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 제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무역전쟁을 불사해서라도 중국과의 불공정 무역 구조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한국도 블랙리스트 국가다. 트럼프는 “한국은 돈을 빨아들이는 기계로 우리가 받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은 껌 값”이라며 “한국이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일본도 한국과 동병상련이다. 트럼프는 “일본은 수백만 대의 차를 파는데 우리는 도쿄에서 셰보레를 본 적이 언제였나”, “미국이 공격받는다고 일본이 돕지 않는다. 미·일 상호방위협력조약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선 독일을 정조준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8월 “미국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나서고 있는데 독일은 어디 있는가”라며 공격했다. 폴리티코는 지난 10일 “(서유럽을 지켜주는) 미국의 정책을 트럼프가 집권해 뒤집으면 미국과 유럽은 이혼 얘기 말곤 대화할 게 별로 없다”며 “트럼프 같은 이들에 대한 대처법은 외교 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다”는 유럽 외교 전문가의 우려를 전했다. 이 매체는 “워싱턴은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차원의 안보 증강을 위해 5000t의 탄약을 독일에 보냈는데 트럼프 세상에선 무기 지원이 없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중동에도 청구서를 내밀었다. 시리아 난민을 일체 거부하는 대신 난민들이 지낼 ‘안전지대’를 시리아에 건설하겠다고 공약했다. “돈을 대는데 지쳤다”며 “걸프 국가들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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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집권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물론 오래 전에 도장을 찍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까지 위기를 맞는다. 트럼프는 “NAFTA는 재앙으로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해야 한다”, “TPP는 미국의 일자리를 뺏는 최고의 무기로 이를 지지해서도 시행해서도 안 된다”고 단언했다.

트럼프의 대외 정책에 대해 워싱턴 외교가에선 트럼프가 현안들을 들여다 보면 결국 현실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 만큼 더 지켜볼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불가를 공개한 연대 서한을 주도했던 피터 피버 듀크대 교수는 본지에 “(그런 낙관적 시나리오는) 지금까지의 트럼프로 볼 때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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