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숨진 아들 방치해 놓고 “원영이 잘 있지” 거짓 문자

중앙일보 2016.03.14 01:26 종합 18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친부와 계모의 학대 끝에 숨져 야산에 암매장됐던 신원영군의 장례식이 13일 경기도 평택의 한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신군의 친모와 할머니(오른쪽부터)가 천안추모공원 화장장에서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원영이 잘 있지?”(2월 3일)

암매장 한 뒤 “원영이 데려오자”
자동차 블랙박스 일부러 녹음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려 입학준비


“나 원영이 찾을 때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을 거야. 반드시 찾고 말 거야.”(3월 4일)

학대를 이기지 못해 끝내 숨진 신원영(7)군의 친부 신모(38)씨가 계모 김모(38)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아이가 숨진 뒤 실종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문자를 보냈다. 경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경기도 평택경찰서는 13일 원영군 부모를 조사하던 중 이들이 알리바이를 조작한 내용의 문자메시지와 블랙박스 녹음 내용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원영군이 지난달 2일 숨진 직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2월 3일 오전 숨진 아이를 베란다에 방치해 놓고도 김씨에게 “원영이 잘 있지?”라는 문자를 보냈다. 김씨는 “밥도 잘 먹고 양치질도 했다”고 답했다. 2월 중순에는 원영군의 입학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책가방·신발주머니도 사 놓았다.

지난 3일에는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신씨는 “내일 (강원도에 있는) 원영이를 데리러 오전 9시쯤에 출발하자”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게, 강원도까지 갔다 오후 4시30분까지 학교에 가려면 그렇게 해야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대화 내용이 녹음되도록 차량 블랙박스의 녹음 기능을 켜 놓았다.

원영군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난 4일 신씨는 “아이를 찾아야 한다”며 회사에 휴가를 냈다. 경찰마저 속았다. 경찰은 계모가 “길거리에 버렸다”, 친부가 “학교 앞 폐쇄회로TV(CCTV)에 잡힌 애가 아들이 맞는 것 같다”고 거짓 진술해 실제 길거리에 버린 줄 알았다. 이후 전단을 돌리고 해군과 해경, 드론까지 동원해 수색했다. 하지만 집 주변 5~6개의 CCTV 중 유독 한 곳에만 잡힌 것을 이상히 여긴 경찰이 수사 방향을 전환해 꼬리가 잡히게 된 것이다.
 
▶관련기사
① "화장실에 있는 게 싫어요" 원영이 끝내 주검으로 …
② 아동학대 대처법 학교서 가르친다


원영군은 2월 2일 오전 9시30분쯤 친부에 의해 집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가 원영군이 소변을 가리지 못하자 전날 오후 1시부터 화장실에 감금하고 밥을 주지 않았다. 부부는 숨진 아이를 13일 동안 방치했다.

이어 2월 12일 평택시 청북면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경찰은 이들의 차량이 야산 방향으로 두 차례 지나가는 장면을 포착, 김씨를 추궁해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은 지난 12일 원영군의 시신을 수습했다. 원영군은 13일 천안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납골당에 안치됐다. 경찰은 14일 현장검증 후 16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고의성 여부를 수사해 살인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평택=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