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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영장 없인 개인정보 제공 안 해”

중앙일보 2016.03.14 01:17 종합 20면 지면보기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지 않는 한 수사기관에 이용자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근 대법원은 인터넷 업체가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경우에 그 정보의 당사자에게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의 정보 요청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돼왔다. 검찰은 네이버의 이 같은 방침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대법 ‘협조’ 판결에도 거부 결정
검찰 “영장 받다 수사 지연 우려”

네이버 관계자는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부 회의를 거쳐 수사기관의 영장 제시 없이는 이용자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통신사업법에도 개인정보 제공을 의무화하지는 않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등이 재판과 수사, 형의 집행 등을 위해 자료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하면 따를 수 있다’고 돼 있다. ‘따라야 한다’가 아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다만 테러방지법에 따른 정보 요청은 아직 사례가 없어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테러방지법에는 “국가정보원장이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민감 정보를 포함하는 개인정보와 위치정보를 개인정보처리자와 위치정보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검찰은 네이버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단순 인적사항을 제공받는 데도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면 영장 청구, 법원 판단, 집행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수사가 지연될 수 있다. 네이버의 공식 입장을 확인한 뒤 대응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지난주 대법원 판결은 포털 업체의 수사 협조가 타당하다는 취지였는데도 ‘영장 제시’를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 10일 차모(36)씨가 네이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위자료 5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차씨는 2010년 3월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이 김연아 선수를 포옹하려다 거부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회피 연아’ 동영상을 네이버 카페에 올려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차씨는 “네이버가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경찰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제공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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