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LB

김현수의 안타는 6명이 함께 쳐냈다

중앙일보 2016.03.14 00:05
볼티모어 김현수 선수가 지난 11일(현지시간 10일) 첫 안타를 쳤습니다. 뉴욕 양키스와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네 번째 타석에서 때려냈는데요. 앞선 7경기 동안 침묵했던 김현수가 8경기 만에, 25타석 만에 긴 침묵을 깼습니다.

[김선신의 신선한 MLB] ⑤ 류현진이 김현수에게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요? 본인이 아니라면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을 겁니다. 제가 볼티모어 훈련장을 방문한 건 지난주였는데요. 안타를 치지 못하고 있었지만 김현수 선수는 특유의 긍정적인 모습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그걸 옆에서 봤기 때문에 김현수 선수의 첫 안타 소식이 더 반가웠지요.
 
 
[영상 김선신]

안타보다 감동적인 건 안타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었습니다. 김현수 선수가 들려준 얘기입니다.

"야, 너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너 하던 대로 쳐. 그럼 돼."

류현진 선수가 김현수 선수에게 전화를 걸어 한 말이랍니다. 두 선수는 평소 메시지를 자주 주고 받는 편이지만 전화통화는 꽤 오랜만이라고 하네요. 친구가 낯선 곳에서 마음고생을 할 거 같아 불쑥 전화를 해서 목소리를 들려준 것이죠. '우리가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기서도 잘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요? 친구의 실력을 치켜세워주면서 말이죠.

전화기가 또 울렸습니다. 이번에는 박병호 선수였죠. 지난 7일 만루홈런을 때린 뒤였습니다.
"후~, 홈런을 치긴 했지만 운이 좋아서 하나 걸린 거야. 홈런 치기 전 나머지 타석은 다 꽝이었거든. 나도 어렵게 적응하고 있어. 우리 같이 이겨내자."

무뚝뚝한 강정호 선수도 지원사격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첫 시범경기에서 홈런을 친 뒤 2~3경기 타격감이 좋았거든? 그러다가 계~속 안 좋았어. 시범경기니까 괜찮아. 적응하는 과정이라니까."

강정호 선수와의 통화는 조금 더 길었다고 합니다. 레그킥(이동발을 크게 들었다가 내딛으며 중심이동을 하는 타법)에 관한 얘기를 했다는데요. 강정호 선수가 지난해 레그긱을 하다가 시범경기 때 타격폼을 약간 바꿨는데요. 김현수도 한국에서 레그킥을 쓰다 지난해 다리 이동폭을 줄였습니다. 새로운 타법을 어떻게 써야 할지, 타이밍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고 하네요.

김현수 선수는 그야말로 '입체적인' 응원을 받았습니다. 재활훈련 중인 친구 현진이, 미국에선 같은 루키인 병호 형, 그리고 1년 먼저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친구 정호. 세 동료가 각자의 입장에서 격려를 해줬습니다. 한국에서도 소속팀이 달랐던 이들이지만 모두 힘을 모아 김현수 선수를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질투가 날 만큼 진한, 남자들의 우정을 엿볼 수 있었죠.
 
기사 이미지

김선우 해설위원, 김현수 선수와 함께 찍은 사진. 이렇게 밝고 씩씩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사진 김선신]


볼티모어 팀에서도 김현수 선수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나섰습니다. 벅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 선수가 두세 경기 동안 못 쳤을 때부터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 선수를 따로 불러 "(시범경기 성적에 대해) 신경 쓰지 마라. 설마 패닉에 걸리는 건 아니겠지? 허허"라고 했답니다. 모든 선수를 살펴야 하고, 기회를 나눠줘야 하는 감독 입장에선 때론 냉정한 말을 해야 할 때가 있겠죠. 그래도 김현수 선수에게 개인적으로 한 말을 더 믿어야 겠죠?

홈런왕 크리스 데이비스 선수는 섬세한 남자 같습니다. 김현수 선수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봐 통역원에게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더군요.

"음, 난 시범경기에서 정말 못 해. 삼진만 10개 당한 시즌도 있었거든.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은 전혀 다르니 걱정하지 말라고."

김현수 선수에게 비빔밥을 서빙했던 동료 애덤 존스도 격려를 잊지 않았습니다. 중견수를 보는 존스는 좌익수 김현수 선수가 수비를 할 때마다 "잘 잡았다. 잘하고 있어"라며 어깨를 쳐줬다고 합니다. 타격 부진이 이어지자 이렇게 응원했다고 하네요.

"현수, 지금은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시범경기를 하는 거야. 말 그대로 지금은 트레이닝일 뿐이라고. 지금은 안타를 치는 것보다 미국 야구와 환경에 익숙해지는 거 필요해."
 
 
타격훈련 할 때 김현수 선수는 배팅케이지 밖에서 더 바빴습니다. 코치와 쉬지 않고 얘기하면서 '내 것'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영상 김선신]

김현수 선수는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내 것을 찾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떤 해법을 찾아야 하는지 김현수 선수 자신이 가장 잘 알지 않을까요? 믿고 기다리고 응원해주는 게 옆에서 해줄 일 아닐까요?

다행히 김현수 선수는 그런 사람들을 갖고 있습니다. 첫 안타를 쳤을 때 김현수 선수보다 더 좋아했을 바로 그 동료들 말이죠.

플로리다=김선신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