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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난소 기능 떨어진 30대, 인공 나팔관서 1등급 배아 만들어 임신

중앙일보 2016.03.14 00:03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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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가 여러 개의 세포로 분열하며 자랄 때 파편이 만들어지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사진은 36세 난임 여성의 배아에서 파편을 제거하기 전(왼쪽)과 후 모습. 파편을 제거하는 데에는 6분 정도 걸린다. 파편을 제거한 배아는 3등급에서 1등급으로 개선됐다. [사진 마마파파앤베이비 산부인과]


난임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2014년 우리나라 난임 환자는 20만8000명. 2007년(17만8000명)보다 16%나 증가했다. 난임 환자의 치료 과정은 쉽지 않다. 게다가 시험관 시술(체외수정 시술·IVF)을 여러 번 받으면서 심신이 피폐해진다.

진화하는 난임 치료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난임 여성의 94.5%가 심한 우울감을 느낀다. 다행히 난임 치료법이 진화하고 있다. 최첨단 배아 배양기술과 착상 전 유전자 검사 등 새로운 기술의 발전이 임신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임신 14주차인 심민희(34·가명·울산시 삼산로)씨는 6개월 전 난소 나이검사(AMH 테스트)를 받고 깜짝 놀랐다. 난소의 나이가 44세로 폐경 수준에 가까웠다. 난소 안에 난포가 거의 없었다. 시험관 시술을 받기로 한 그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펜 타입 주사기로 약물(과배란유도제)을 투입해 난포를 키웠다. 워낙 난포가 적었던 심씨에게서 가까스로 난자가 채취됐다. 체외수정을 통해 만들어진 수정란은 최첨단 배아 배양기(트라이 믹스드 가스 인큐베이터)에서 건강한 1등급 배아로 자랐다. 이 배아는 체외수정 시술을 통해 심씨의 자궁에 착상됐다.

배아 파편 없애고 1등급 수정란 선별

심씨의 배아를 키운 ‘트라이 믹스드 가스 인큐베이터’는 최신 배아 배양기다. 이른바 ‘인공 나팔관’. 엄마의 나팔관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6%, 산소 농도가 5%를 유지한다.

그런데 현재 다수 병원에서 사용하는 배아 인큐베이터는 이산화탄소 농도만 일치한다. 산소 농도는 외부 공기처럼 20%대를 유지한다. 이 중 일부가 활성산소로 변해 배아세포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 하지만 트라이 믹스드 가스 인큐베이터는 질소가스를 사용해 엄마 나팔관 속 이산화탄소·산소의 농도가 같다. 이곳에서 수정란은 나팔관 속 배아처럼 3~5일간 자란다.

배아 속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배아 파편 제거술’이다. 배아는 모양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뉜다. 가장 질 좋은 1등급 배아는 세포가 동글동글 깔끔한 모양을 이루며 분열한다. 뽕나무 열매(오디)와 비슷하다.

그런데 2등급 배아엔 파편이 10% 정도 차 있다. 세포 구성성분인 세포질이 깨지면서 파편이 생긴 것이다. 파편 양에 따라 3등급(파편이 10~25%), 4등급(25~50%), 5등급(50% 이상)으로 구분한다. 파편이 많을수록 임신율을 떨어뜨린다. 착상되더라도 유산 위험이 크다. 4~5등급을 시험관 시술에서 제외하는 이유다. 배아생성의료기관인 마마파파앤베이비 산부인과(울산시 삼산로)의 지희준(발생생식학) 박사는 “환자의 배아 중 1등급이 없을 때 2~3등급에서 파편을 쏙 뽑아내 배아의 질을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이는 시험관 시술을 여러 번 실패했을 때 적용한다.

정자의 DNA 손상도 미리 알 수 있어

내가 가진 아기가 기형아인지 여부는 임신 후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착상 전 유전검사(PGS)’는 기형아 여부를 임신(착상) 전에 찾아낸다. 다운증후군 같은 기형아의 임신을 막을 수 있다. 체외수정 5일째 된 배아에서 세포 3~4개를 떼어내 DNA를 확보한 후 염색체 23쌍의 이상 유무를 분석한다. 정상 염색체를 지닌 배아만 골라 엄마 몸에 이식한다. 유산을 반복했거나 여성이 고령이고, 부부의 집안에 염색체 이상 환자가 있을 때에도 도입된다.

남편의 정자 DNA가 손상됐는지 알아내는 방법도 생겼다. ‘정자 DNA 손상검사’다. 정자의 DNA가 밀집한 정자 머리를 특수 처리해 부풀어오르게 한 후 염색약을 입혀 관찰한다. DNA가 손상되면 정자 머리가 부풀어오르지 않는 원리를 이용했다. 정자의 DNA가 심하게 손상되면 자연임신이 힘들고, 초기 유산 위험을 키운다. 지 박사는 “DNA가 손상된 정자가 많으면 자성을 띤 특수 키트(MACS)로 손상된 DNA를 걸러낸다”며 “DNA가 건강한 정자만 수정에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시험관 시술을 앞둔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펜 주사로 난자 여러 개 얻어 임신율

난임환자의 고통을 절감하는 의료기기도 있다. ‘펜 타입 주사기’다. 시험관 시술을 위해 필요하다. 시험관 시술의 첫 관문은 과배란유도다. 난자를 많이 얻어야 수정란을 많이 만들어 임신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란을 많이 유도하는 난포자극호르몬(FSH)을 주사로 투여한다. 생리 시작 3일째부터 난포가 커질 때까지 7~10일간 매일 1~2회 자신이 복부에 피하주사한다. 난소에서 난포가 10~20개가량 생긴다. 단, 여성 스스로 주사기를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일반인은 주사기 사용법이 낯설고 두렵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 펜 타입 주사기는 간단한 조작으로 바로 주사할 수 있다. 일반 주사기보다 주삿바늘이 얇아 주사 시 통증 및 두려움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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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원장(오른쪽)이 난임 여성에게 배아 파편 제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험관 시술을 위한 과배란은 난소에 자극을 줘 여성을 지치게 한다. 난소에 자극을 줄이면서 난자를 소량 얻어내는 방법도 있다. ‘난소 저자극 요법’이다. '난소 저자극 요법'은 난소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는 난임 여성에게 혹은 난소 기능이 정상이어도 난소과자극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원하는 난임 여성에게 사용되는 방법이다. 이 요법은 난포를 3~5개까지만 얻을 수 있다. 그만큼 수정란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최첨단 배아 배양기술이 뒷받침되면 적은 난자로도 최고급 수정란을 만들어낼 수 있다. 마마파파앤베이비 산부인과 이경호 원장은 “기존의 여러 시술로도 임신이 되지 않았다면 최첨단 배아 배양기술력을 갖춘 병원에서 난임 검사·치료를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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