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한 당신] 단골의사 두고 건강할 때도 상담…신의료기술·신약을 맹신하지 마라

중앙일보 2016.03.14 00:03 건강한 당신 2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슬로 메디신은 환자가 자신의 몸 상태를 의사에게 충분히 알리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슬로 메디신은 노인 환자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정확한 진단과 적정 수준의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슬로 메디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환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환자의 노력에 따라 의료를 이용할 때, 혹은 일상생활에서 슬로 메디신 개념을 활용할 수 있다. 노인 환자의 치료 효과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노인 환자, 슬로 메디신 활용법


▶상담할 의사를 만들어라

항상 자유롭게 상담할 수 있는 의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아플 때뿐 아니라 건강할 때도 건강관리 방법에 대해 편히 물어볼 수 있는 의사를 말한다. 이런 단골 의사를 만들면 어떤 증상이 있을 때 어느 과를 가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부터 수술이나 시술의 필요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환자는 불필요한 의료를 줄일 수 있다. 특히 단골 의사는 나에 대한 과거 병력과 특이 소견을 알고 있으므로 패스트 메디신(질환 중심 의료)으로 인한 오류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나의 진료 시간을 벌자

3분 진료, 5분 진료가 대세인 시대다. 진료실에서는 몇 마디 못하고 검사나 처방을 받는 것이 고작이다. 진료시간은 환자의 권리다. 진료실에서 의사와 상담을 오래 할수록 환자에게는 득이다. 의사가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환자가 하는 말과 시간에 비례한다. 이 정보는 의사의 잘못된 판단을 줄이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전문가들은 의사가 쫓아내더라도 조금 더 상담하라고까지 말한다. 또 환자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설명을 충분히 해 환자에게 이해시키는 의사가 좋은 의사다. 무조건 유명 의사를 찾기보다 충분한 상담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먹는 약 가짓수를 정리하라

노인 환자는 보통 여러 개의 만성질환이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평소 먹는 약의 가짓수도 많다. 경우에 따라 20개가 넘는 약을 복용하는 노인 환자도 있다. 모두 질환 중심으로 이뤄지는 의료 탓이다. 노인 환자는 약에 대한 민감도가 높고, 약이 체내에 남아 독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부작용 위험이 그만큼 크다. 따라서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꼭 필요한 약만 남기고 노인에게 부담이 되는 약물은 걸러내는 작업이다. 노인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나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찾으면 된다. 약에 따른 장기 손상과 부작용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최신 치료법에 목매지 마라

노인 환자는 최신 치료법, 신의료기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방송이나 매체를 통해 이런 치료법의 효과를 홍보하는 문구에 현혹되기 쉽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새롭고 획기적인 치료일수록 의심의 끈을 놓지 말고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지 말라는 얘기다. 아무리 공인된 치료법이라도 완전하게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에 개발된 것일수록 그만큼 검증기간이 짧다는 뜻이다. 반대로 오랫동안 이용한 치료가 제일 안전하고 좋은 치료다.

▶수술 전에 추가 진단을 받아라

노인 환자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수술 같은 과격한 치료를 의사로부터 권유받았을 때 바로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치료 후에 부작용은 무엇인지, 위험성은 얼마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한두 명 정도 다른 전문의를 찾아 추가로 진단받을 필요가 있다. 이를 ‘세컨드 오피니언(second opinion)’이라고 한다. 환자 스스로 하는 검증 절차다. 추가로 받은 진단과 일치하면 하는 것이 좋고, 일치하지 않으면 기다려 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는다. 암이라고 해서 ‘당장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자생력·회복력에 자신감을 갖자

검사·수술·시술·투약 등 의학적 치료가 100% 옳은 것은 아니다. 노인 환자와 가족 모두 환자 본인의 자생력과 회복력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의외로 금주·금연·운동·식단 등 생활습관으로 고칠 수 있는 병이 많다. 그럼에도 너무 의료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신체 회복력·면역력을 키우는 것에 더 신경을 쓰고, 그런 생활습관을 일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사 이미지

도움말: 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 교수,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양윤준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선욱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임재영 교수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