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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입술 깨물며 오직 견디는 시간

중앙일보 2016.03.14 00:01 경제 11면 지면보기
<본선 8강전 1국> ○·탕웨이싱 9단 ●·박정환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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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보(154~169)=국면은 협곡의 급류 양상. 좁아진 강폭이 그러잖아도 가파른 계곡의 물살을 더욱 빠르고 거칠게 재촉한다. 우변 54부터 57까지, 사전준비를 거쳐 하변 58로 패를 따낸다.

각오는 돼있었다고 하지만 막상 들이닥치니 암담하다. 입술을 깨물며 응전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 박정환으로서는 오직, 견뎌야 하는 시간인데 좌변 쪽 62로 끊어 백의 팻감공장이 가동된다. 여기서 쏟아질 물량공세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61…▲, 68…58).

63부터 67까지는 필연의 절차. 다음 A는 백의 권리. 여기를 잇는 수까지 팻감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콧노래가 절로 나올 판이다.

우하귀에 떨어진 69에 나가려던 탕웨이싱의 손이 움찔, 멈춘다.

69는 백이 꼭 받아줘야 할 절대 팻감이 아니다. 팻감이 부족하다고는 했지만 아직 흑B의 절대 팻감이 있는데 왜 애매한 69를 썼을까.

이유가 있다. 어차피 팻감 많은 백이 ‘참고도’처럼 하변의 패를 해소한다고 생각할 때 흑 4로 따내고 버텨야 할 또 하나의 패싸움에 대비해 부족한 실탄을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결심했나? 바둑돌 통에 앉은(?) 탕웨이싱의 손이 꿈틀, 움직인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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