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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은행 지점 자리에 뉴스테이 1만가구

중앙일보 2016.03.14 00:01 경제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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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테이 건축을 위해 올해 문을 닫는 KEB하나은행 서울 청파동 지점. 3년 안에 268가구의 뉴스테이가 들어선다. [사진 조문규 기자]


하나금융지주는 2년 전 서울 종로구의 옛 하나은행 신설동 지점을 없앴다. 인터넷·모바일뱅킹 사용자가 늘면서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 수가 줄어들자 내린 조치였다. 그런데 역세권(신설동역)인데도 건물 매각이 쉽지 않았다. 매수 후보자들이 “매매 가격(150억~160억원)이 비싸다” “인근에 사무실·상가가 많은데 임대가 잘되겠느냐”며 발길을 돌렸다.

국토부와 손잡고 사업 추진
서울 신설·청파동 등 60곳
리츠가 개발, 시세 90% 임대
은행, 투자자 참여 수익 나눠


고민 끝에 하나금융이 찾은 해법은 정부의 중산층 전·월세난 해소책인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개발이다. ‘맞벌이 신혼부부, 젊은 직장인 등을 위해 도심 교통 요지에 짓는 장기 임대주택’이라는 뉴스테이의 개념이 신설동 지점 부지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이곳에 40㎡ 안팎 규모의 주거용 오피스텔 170가구를 지은 뒤 입주자를 모집한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90% 수준에서 정하기로 했다. 현재 신설동 주변 오피스텔(보증금 1000만원, 월 50만원)보다 싼 보증금 1000만원, 월 45만원 수준으로 내놓는 게 목표다. 임대 기간은 최장 10년으로, 임대료 인상률은 연 최대 5%다.

이처럼 통폐합이나 영업실적 악화로 문을 닫는 은행 지점 부지에 뉴스테이 1만 가구를 건설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1일 서울 옛 하나은행 신설동 지점에서 이런 내용의 뉴스테이 추진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KEB하나은행의 60개 지점 부지를 부동산투자회사(리츠)에 매각하고, 리츠는 여기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재건축해 주변보다 낮은 임대료로 월세를 놓는 형태다. 은행 지점은 상업용지여서 아파트가 들어설 수 없어 오피스텔로 개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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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 신설·청파동 지점, 인천 논현동 지점을 포함한 8개 지점의 문을 닫고 착공에 들어가 뉴스테이 3208가구를 모집한다. 내년에도 서울 종로구·동대문구를 비롯해 전국 11개 지점을 없애고 그 자리에 2516가구를 짓는다.

2018년 이후에는 41개 지점을 추가로 선정해 단계적으로 뉴스테이로 개발한다. 부지는 지난해 하나·외환은행 통합으로 같은 지역에 중복된 지점을 중심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서울 KEB하나은행 남영동 지점(옛 외환)과 큰 도로를 사이에 둔 채 마주 보고 있어 뉴스테이 부지로 선정된 청파동 지점(옛 하나)이 대표적인 예다.

개발 방식은 이렇다. 하나금융은 뉴스테이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지점을 리츠에 매각한다. 이렇게 하면 리츠가 주체가 돼 건물을 짓고 주변 시세의 90%에 입주자를 모집한다.

하나금융은 매매 가격·임대료 인하분을 여러 방식으로 보전해 수익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우선 리츠에 투자자로 참여해 10년 동안 임대수익을 배당받는다. 또 뉴스테이 건축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리츠에 대출해준 뒤 이자를 받는다. 이와 함께 오피스텔 1~2층을 상가로 임대해 주거시설보다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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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오른쪽)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뉴스테이 추진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 하나금융지주]


하나금융과 국토부는 서로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저금리 기조를 극복할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처를 확보했다”며 “민관이 협업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도 입지가 좋은 은행 지점을 부지로 확보함으로써 뉴스테이 사업에 탄력을 붙일 수 있게 됐다. 은행 지점은 주로 도시 직장인이 출퇴근하기 편한 교통과 상권의 중심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하나금융의 참여를 계기로 다른 금융회사의 투자 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KB국민은행을 비롯한 몇몇 금융회사가 국토부에 뉴스테이 개발을 타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나금융을 필두로 금융회사 지점을 임대주택으로 개발하려는 수요가 점점 더 늘 것으로 본다. 핀테크의 발달로 인터넷·모바일 금융 거래가 발전하면서 금융회사 지점의 역할은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임대관리업체인 라이프테크 박승국 대표는 “금융과 부동산이 결합하는 주택산업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회사가 수익을 내기 위한 새로운 방편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지점이나 자동현금입출금기(ATM) 축소로 고객 불편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태경·최현주 기자 unipen@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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