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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 ‘패권 공천’ 이한구가 책임져라

중앙일보 2016.03.11 19:18 종합 30면 지면보기
새누리당의 공천 파행이 점입가경이다. 어제는 공천관리위 주요 멤버인 황진하 사무총장, 홍문표 사무부총장이 회의를 보이콧했다. 이한구 위원장의 독선적인 운영이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이 위원장은 일방적으로 3차공천자 명단을 발표해 버렸다. 발표된 내용은 더불어민주당의 친노 패권, 운동권 세력의 청산같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기운도 현역 의원들의 탈락 같은 기득권 물갈이의 쾌감도 없었다. 그 전엔 위원회가 만장일치로 김무성 대표의 선거구(부산 중-영도)가 포함된 경선 지역 32곳을 확정했으나 이한구 위원장이 발표 직전 김 대표 지역만 빼는 독단을 저질렀다. 이 위원장은 처음엔 살생부 논란에 얽혀 있는 다른 당사자들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 제외했다고 하더니 그 다음엔 다른 최고위원들과 함께 발표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절차와 합의를 외면한 데다 평소 이 위원장의 장점으로 평가되는 소신과 명쾌함마저 실종된 궁색한 변명이다.

그는 또 이른바 친박과 비박 세력의 계파 갈등으로 어느 때보다 중립성에 유의해야 할 민감한 시점에 청와대의 현기환 정무수석과 만났다는 구설에 올랐다. 이 위원장은 현 수석과의 만남을 부인하면서도 “나는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 대통령이라고 만나면 안 되겠느냐”고 해 의문을 증폭시켰다.

이 위원장은 1차공천자 발표 때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니 더 이상 나를 부르지 말라”고 큰소리 쳤다. 독립성을 이유로 당 최고기관의 정당한 호출 권한까지 무시한 이 위원장이 대통령·청와대에 대해선 다른 생각을 갖고 있으니 그의 이중적 의식이 문제 되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지금 공천관리자로서 공정성 의심과 신뢰성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정당의 공천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충원 방식과 다르다. 국익과 공공성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당 간 경쟁, 계파 간 권력다툼을 인정한다 해도 큰 틀에서 고도의 공익성 범위를 일탈해선 안 된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의 행태는 권력의 자리를 추구하고, 제1당의 오만에 취하고, 야권 분열에 방심해 칼자루를 쥔 세력은 무슨 일을 해도 괜찮다는 패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패권의식은 패권공천을 낳는다.

피 튀기는 공천 현장에서 공천위원장이 어느 정도 독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금 이 위원장은 봐줄 수 있는 선을 넘었다. 무슨 ‘보이지 않는 손’의 지침과 작용을 의심할 정도로 그는 강박적인 면까지 보이고 있다. 김무성 대표의 공천 발표를 끝까지 미루는 이유가 김 대표를 욕설한 윤상현 의원을 살리기 위한 교환 용도라는 분석이 나오는 지경이다. 이런 의문이 해소되지 않으면 이 위원장의 공천관리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주도하는 ‘친박을 위한 공천’에 불과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 위원장은 공천관리위를 정상화시키고 청와대나 친박 사람들에 대한 언행을 주의시켜야 한다. “집권당이 패권공천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게 할 가장 큰 책임은 이한구 위원장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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