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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대통령의 부인 "하렘은 왕족 여성의 교육시설"

중앙일보 2016.03.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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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제국에서 하렘(Harem)은 여성들이 지내는 공간을 칭한다. 정치적 최고 지배자인 술탄에겐 그런 여성이 수백 명, 수천 명이었다. 부인과 첩도 수백 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격리된 생활을 했다. 죽거나 병들어야만 떠날 수 있었다. 하렘에서 일하는 남성들은 거세당한 채였다. 『천일야화』 등을 통해 서구인들에게 새겨진 하렘은 그래서 억압적이면서도 일부다처의 성적인 이미지다.

종종 '술탄'에 비유되곤 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드로안 터키 대통령의 부인 에미네 여사가 오스만 제국의 하렘을 두고 "여성들이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시설"이라고 말했다고 10일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그는 전날 수도인 앙카라에서 열린 행사에서 "하렘은 오스만 제국 여성 왕족들을 위한 교육 시설이었으며 당시 하렘에 거주하던 여성들의 삶에서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렘에선 여성들이 서예·장식미술·음악·외국어 등을 익힐 순 있었다. 외신들은 그러나 "그렇다고 하렘의 성격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에미네 여사의 '하렘=교육시설'은 과도한 주장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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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에드로안 대통령 자신이 "나에게 여성은 무엇보다 어머니"란 말을 했다. 부부가 모두 여성에 관한한 보수적 시각을 드러낸 셈이다.

터키의 소셜미디어에선 비판이 쇄도했다. "일부 교육이 이뤄졌다고 하렘을 교육 시설이라 말하는 것은 넌센스다. 하렘은 약 400명에 달하는 첩들을 가둬 두는 곳일 뿐이다"(@GaziCaglar), "하렘이 교육 시설이었다면 왜 남자 직원들을 거세했느냐"(@anlam75) 등이다. 한 트위터리언(@kizmonot)은 에르도안 두 딸이 미국의 인디애나대학에서 공부한 걸 빗대, "하렘을 교육시설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딸들을 미국 대학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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