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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사진관] 새벽 막차버스 사람들…

중앙일보 2016.03.1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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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20분이 지나 서울 시청역 정류장에 706번 버스 막차가 정차하자 승객들이 타고 내리고 있다. 신인섭 기자

버스 막차 '타요'가 전하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안녕, 난 꼬마버스 ‘타요’야.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지. 얼마 전에 한 버스회사가 운행하는 버스를 내 모습으로 변신시켜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어. 만화 속에 등장한 내 모습을 거리에서 실제로 볼 수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만화 속 모습처럼 항상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야. 버스를 이용하는 보통 사람들의 생활을 보면 말이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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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20분 706번 막차가 도착하자 승객들이 버스를 타고 있다. 신인섭 기자

서울에는 많은 버스 회사가 있어. 그리고 많은 버스 노선이 있지. 난 706번 버스야.

경기도 파주시 교하동에 있는 차고지에서 출발해 서울역 환승센터를 돌아오지.

파주시 운정신도시, 고양시 일산신도시·화정동·원당·삼송동, 구파발을 지나 서울역을 돌아오는 긴 거리야. 버스정류장만 152개, 운행거리가 95km에 달해.

서울 시내버스 중에서 가장 긴 거리를 다니는 버스야. 물론 지방에는 나보다 더 긴 운행거리를 가진 친구들도 있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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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버스 중 가장 긴 거리를 달리는 706번 노선도. 정류장 수 152개, 운행거리도 95km에 달한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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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에 부착된 노선도를 보면 706번 버스 노선이 다른 버스보다 운행거리가 월등히 긴 것을 알 수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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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차는 새벽 4시30분에 차고지에서 출발해. 버스 승객들은 시간대마다 달라. 그리고 분위기도 틀리지.

난 마지막으로 0시30분에 출발하는 막차 손님들에 대해서 말할 거야. 이 차를 타는 승객들은 술을 먹고 취한 분은 거의 없어. 밤 10~11시 대에는 이런 분들이 간간이 보이지만 막차에는 거의 없다고 말해도 될 정도야. 일 마친 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타거나, 버스에 탄 뒤에도 계속 일하는 분들이 많아. 계속 일하는 분들은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확인을 하고 있지. 대리기사 일을 하시는 분이야. 막차 승객 중에 가장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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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을 하는 한 승객이 스마트폰에 설치된 대리운전 앱을 보고 있다. 신인섭 기자

서울 불광동에 사는 김경석(59,남)씨는 대리운전을 1년 했어. 자영업을 했는데 잘 안되면서 대리운전을 하게 됐어. 거리에 따라 2만5000원, 3만 원을 받고 일한다고 해. 고양시로 간 뒤 서울로 오려면 대리운전 기사 4명이 모여 1인당 3000원을 내고 택시를 타기도 해. 보통 고양시 라페스타에 대리기사들이 많이 모여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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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전용앱이 설치된 스마트폰 화면. 신인섭 기자

윤동준(47, 남)씨도 대리운전을 하는데 고양시 토당동에서 혼자 사셔. 보통 저녁 7~8시쯤 집을 나선 뒤 새벽 4시까지 일한대. 한 달 열심히 하면 200~250만 원정도 번다고 해. 첫 손님이 고양 능곡에서 서울 발산동 가는 손님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고양시 정발산동이어서 실망했다고 해. 거리가 가까워 금액이 싸기 때문이야. 1만2000원 받았데.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가는 거래. 새벽 3시인데 손님이 별로 없고 때마침 집 근처로 가는 이 버스가 와서 탔다고 하셔.

오늘 갔다 온 곳은 의정부, 화곡동, 김포, 정발산동이고 총 11만 원 벌었다고 해. 여기서 수수료 20% 떼고 교통비를 빼면 실제 수입은 확 줄어들어. 또 스마트폰에 설치한 대리운전 앱 2개 사용료가 매달 각각 1만5000원씩 나가. 다른 사람들은 보통 앱 4개 정도를 설치한다고 해. 결국, 지출경비 중 줄일 수 있는 것은 교통비뿐이래. 그래서 2km 정도는 걸어다닌다고 해. 아주 외진 곳까지 간 경우에는 새벽 첫 차가 올 때까지 길에서 기다릴 때도 있어. 이래서 추운 겨울은 일하기가 힘들다고 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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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성 씨가 막차를 탄 뒤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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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앞에서 새벽 2시20분에 승차한 이한성(67,여)씨는 남대문시장에 있는 포키아동복을 운영하셔. 아들과 함께하는데 1987년 5월부터 이 일을 했어. 새벽 3시 넘어 구파발 집에 도착한 뒤 씻고 잠을 잔 뒤 아침 8시30분 정도에 일어난데. 일어난 뒤 제품 입고할 것 등을 알아보고 가게로 나가 저녁 5시에 퇴근을 하셔. 저녁 먹고 잠깐 잠을 자다가 밤 9시30분에 다시 나와 새벽까지 일을 해. 결국, 잠은 토막잠을 잘 수밖에 없어. 휴일은 가게를 안 해 쉴 수 있는데 이때는 거의 하루 종일 잠만 잔데.

요즘 옷이 잘 안 팔려 근심이셔. 아이들이 줄기도 했고 경기도 좋지 않아서래. 중국관광객들이 오긴 하는데 1~2개 정도 살 뿐 많이 사지도 않아 큰 도움은 안 된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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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을 하는 한 승객이 스마트폰에 설치된 대리운전 앱을 보고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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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모(41,여)씨는 서울역 근처에 있는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녹번동에 있는 집에 가려고 막차를 탔어. 저녁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시급 8000원 받고 일한대. 전 씨는 아침 10시부터 5시까지는 불광동에서 판매업을 해. 투 잡(two job)인 셈이지. 앞에 일이 끝나면 바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걸려 다른 일을 하러 간다고 해. 사실 원래도 투 잡이었데. 오후에 자신이 직접 호프집을 운영했었는데 잘 안 돼 접었어.

호프집은 일요일은 쉬니까 일요일 오후에는 쉰다고 해. 전 씨는 “자신은 열심히 하는데 잘 되지 않으니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라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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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수가 22개 뿐인 저상버스지만 서서 가는 승객은 없다. 신인섭 기자

이상민(47, 남)씨는 수능 본 딸과 초등학교 들어가는 딸이 있다고 해. 여러 업체의 물품을 모아 백화점에 납품하는 납품대행 일을 하고 있어. 1995년쯤부터 대행하는 일이 생겼는데 그때부터 이 일을 하고 있어. 주로 다루는 품목은 의류와 침구류이라고 해. 롯데백화점 일산점에 납품한다고 해.

새벽 2시20분쯤 집에서 나와 이 차를 타는 이유는 새벽 3시30분쯤 백화점에 도착해 4시 정도에 도착하는 운송차량 점검해 납품작업 해야 하기 때문이래. 가끔은 막차 바로 앞차를 타기도 해. 오전에 일을 끝낸 뒤 잠시 잠을 자고 오후에는 다른 곳에 납품대행 일을 하셔. 그런 뒤 집에 돌아와 3~4시간 잠을 잔 뒤 다시 새벽에 출근하는 게 일과라고 해.

새벽과 저녁까지 7개 업체 납품대행을 해서 한 달에 400만 원 정도 번다고 해. 백화점은 월요일 쉬고 오후 납품 대행하는 곳은 일요일에 쉬어. 일주일 단위로 월요일과 일요일 약간 짬이 나는 셈이지. 이분도 토막잠을 자는 생활이지만 아직까지는 몸이 견딜만하다고 해.

두 딸을 키우기 위해 참 열심히 사는 분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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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은 이상민 씨(오른쪽)가 잠시 눈을 붙이고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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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이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다. 대리운전 기사라면 휴대폰을 자주 확인한다. 신인섭 기자

막차를 운전하신 기사(이름은 밝히지 말라고 하셔서 말 안 할래, 나이는 47세이셔) 분은 제일여객에서 14년을 근무하셨어. 오전반 오후반 나눠 근무하는데 오후반 일 때 막차를 운전할 때가 있어. 보통 2번 운행하면 하루 근무가 끝나.

원래 막차의 서울역 회송시간은 새벽 2시로 정했어. 그런데 이제는 점점 늦어져 새벽 2시10분을 넘기는 게 보통이야. 승객이 많아지면서 정류장마다 서고 신호대기가 있으니까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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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6번 버스 내부에 부착된 요금표.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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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하차고지에 가까워지면서 카드단말기에 `조조할인` 문구가 떠올랐다. 차고지엔 새벽 4시가 넘어 도착한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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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밖 풍경은 캄캄하다. 버스 전조등 불빛만이 도로에 비치고 있다. 신인섭 기자

막차라는 말 때문에 마지막이라는, 그래서 끝이라는 느낌이 들어. 하지만, 그렇지 않아.내 차를 타는 분들은 밝은 아침을 앞두고 참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란 생각이야. 어두운 밤에도 낮처럼 일하시는 분들이니까 말이지.

내가 차고지에 들어가면 새벽 4시가 넘어. 그럼 조금 있다가 새벽 첫 차가 4시30분 출발하지.
결국, 난 막차가 아니라 다음날을 연결해 새벽을 여는 첫 버스야.

내 승객들도 막차 인생이 아니고 새벽을 밝히는 사람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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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 운행시간은 낮 시간 보다는 짧지만 4시간 가까이 걸린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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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을 내려준 706번 버스가 출발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사진·글=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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