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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녹취록 파문이 키운 공천 ‘보이지 않는 손’ 논란

중앙일보 2016.03.11 02:51 종합 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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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의원. [중앙포토]

새누리당 비박근혜계는 윤상현 의원의 지난달 27일 “김무성 죽여버려” 발언을 단순 막말 파문으로 여기지 않는다. 익명을 원한 비박계 의원은 10일 “사건의 본질은 윤 의원이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영향을 끼쳐 조직적으로 김무성 대표를 낙천시키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박 “이번 사태 통해 확인됐다”
이한구·현기환 비공개 회동설도
윤, 3일째 “통화 상대 기억 안 나”

실제 녹취록엔 “솎아내 공천에서 떨어뜨려 버려” “내일 쳐야 돼” “A형한테(도 말하고), B형(과도 같이 의논) 해가지고…” 등의 대목이 등장한다. 녹취록에 나오는 A·B씨는 모두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다. 그래서 비박계 인사들은 “윤 의원의 막말로 공천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 중이란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지난달 중순 새누리당 공천위가 본격 활동에 돌입한 이래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은 끊인 적이 없다. 공천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종종 공천 심사 중 공천위가 만들어 공유했던 것이 아닌 별도의 자료를 꺼내 회의를 주도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친박 의원의 전화를 두 번 연달아 받은 뒤 회의장을 비우기도 했다.

공천위원인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위원장이) 갑자기 무슨 연락을 받는다든지 하곤 ‘오늘 회의 그만입니다’고 하면 정말 회의를 끝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이런 행동을 보일 때마다 내부에선 “이 위원장이 미주알고주알 상의하는 사람들이 공천위 외부에 있는 것 같다”는 얘기가 계속 커져왔다.

윤 의원의 통화 녹취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공개됐다. 게다가 그는 누구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에 대해 막말을 했는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 윤 의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 출석했다 나오는 길에 기자들에게 “(최고위원들에게) 솔직히 다 말씀드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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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고위원들에 따르면 윤 의원은 “통신 내역을 뽑아봤는데 내가 발신한 것만 나와 상대방이 누군지는 정말 모르겠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비박계는 ‘A형’ ‘B형’, 그리고 바로 윤 의원이 이 위원장과 공천을 논의해온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A·B로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사들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공천위원장과 수시로 공천을 의논하겠느냐”며 영향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 위원장도 브리핑에서 “(공천을 위해) 중요한 정보가 있다면 들으러 가야 하는 것”이라며 회의 도중 자리를 뜬 이유를 설명했다.

◆현기환 "9일 이한구 안 만나”=이한구 위원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9일 서울시내 호텔에서 비공개로 만났다는 보도(채널A)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보도 직후 기자들을 만나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는 기자들에게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찌라시(사설 정보지) 가지고 이야기 좀 하지 말라” “기자들이 왜 이렇게 바보 같으냐”고 주장하며 5분여 동안 ‘언론 탓’을 했다. 현 수석과의 회동 여부에 대해선 “나는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 “대통령이라고 만나면 안 되겠느냐”고 말했다. 현기환 수석은 본지에 “어제(9일) 이 위원장을 만난 일이 없다”고 했다.

남궁욱·박유미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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