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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우하귀, 37 우변 백 어깨짚기…알파고, 초반부터 변칙수

중앙일보 2016.03.11 02:51 종합 6면 지면보기

오늘 대국은 내가 단 한 번도 앞선 적 없는 완패였다.”(이세돌 9단)


또다시 기계가 승리했다. 이세돌 9단이 10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두 번째 대국에서 불계패했다. 지난 8일 첫 대국에 이은 2연패다.

백 이세돌·흑 알파고 2국 분석
이, 첫날과 달리 안전 위주 행마
알파고 깜짝수·끝내기 모두 완벽
‘알사범’서 ‘프로10단’ 별명도 얻어


이 9단은 제한시간 2시간을 다 쓴 뒤 마지막 초읽기에 몰리며 끝까지 버텼지만 211수 만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이 9단은 대국 후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알파고는 완벽했다. 두 번 대국에서 아직까지 알파고의 약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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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알파고는 시종 변칙수를 선보이며 이 9단을 흔들었다. 대국 초반 우하귀에서 11로 둔 다음 예상을 깨고 13으로 상변을 차지했다. 보통 하변을 지키는 정석과 달랐다. 이어 우하귀로 손을 돌려 15로 들여다보는 깜짝수를 선보였다.

김성룡 9단은 “프로 바둑에서는 나오기 힘든 모양”이라며 “‘알사범’ 의도를 인간이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9단은 바둑TV에서 대국을 중계하면서 농담을 섞어 “프로 10단 알파고”라는 표현도 썼다. 그 외 37로 우변 백의 어깨를 짚거나, 이 9단이 상변을 쳐들어가자 81로 날일자 뛴 수도 비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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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9단은 무리하게 변칙수를 시도하던 첫날과 달리 차분하게 대국에 임했다. 하지만 지나친 안전이 독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장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이 9단이 어제와 달리 너무 안전하게 행마한 것이 패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성지 9단은 “백 14는 당연히 29로 갔어야 했다. 이후 70과 72도 느슨했다”고 지적했다.

박영훈 9단은 “이 9단이 방심하지 않았을 텐데 패배해 더욱 충격적”이라며 “오늘 대국을 보면 이 9단의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알파고가 완벽하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알파고는 마지막 끝내기까지 완벽했다. 앞으로 남은 세 번의 대국에서 이 9단의 승리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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