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각장애인 5만 명 이용하는데 엘리베이터도 없는 점자도서관

중앙일보 2016.03.11 01:54 종합 21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대구 점자도서관은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3층에 있어 시각장애인의 이용이 불편하다. [프리랜서 공정식]


“점자도서관이 엘리베이터조차 없는 30년 된 상가 3층에 있습니다.”

대구 유일 점자책?소리책 도서관
전용 화장실·휴게실 없어 불편
지원 부족해 월세도 직접 내야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서관수(50·시각장애 1급) 대구 점자도서관장은 이런 내용을 담은 편지를 4차례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보냈다. 지역 유일 도서관이지만 관심과 지원 부족으로 월세 80만원마저 직접 벌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자와 만난 서 관장은 “1996년 시각장애인연합회가 중구에 처음 도서관 문을 연 이후 2001년, 2009년 세 차례나 옮겨 다녔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포항시는 점자도서관이 4층짜리 단독 건물에 들어가 있고, 부산은 구립도서관, 대전은 시립도서관에 자리하고 있다. 대구도 이런 지원과 공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개관 20년째. 현실은 어떨까. 지난 9일 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가야기독병원 맞은편 점자도서관을 찾았다. 도서관은 4층짜리 상가 건물의 3층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보이질 않았다. 계단을 걸어 3층까지 올라야 했다.

점자도서관은 300여㎡ 크기였다. 열람실 2곳과 소리책 만들기 녹음실 3곳, 서가(점자책 3092권, 소리책 1만9590권 보유) 등이 300여㎡를 나눠 쓰고 있었다. 공간이 부족해 열람실은 도서관 직원 6명이 점자책을 만드는 작업실로 쓰고 있었다. 점자책 재료인 종이를 보관하는 창고 역할도 했다. 직원들은 매달 책 15권을 사서 점자책이나 소리책으로 만든다.

한 직원은 “도서관 월세를 내기 위해 구청 소식지 등을 점자로 제작하는데, 그 업무도 열람실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점자도서관엔 장애인이 앉아 쉴 휴게실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다. 심지어 장애인 화장실도 없었다. 한 자원봉사자는 “상가 자체에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책이나 점자책 제작용 종이가 들어올 때면 직원 모두가 내려가 어깨에 짊어지고 3층까지 옮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지원은 아쉽기만 하다. 상가 보증금 2억원에 직원 6명 중 5명의 인건비를 대구시가 지원하는 게 전부다. 올해부터 대구시가 연간 500만원을 운영비로 지원하지만 책 구입비로도 빠듯하다는 게 도서관 측의 하소연이다.

열악하지만 시각장애인의 점자도서관 이용은 꾸준하다. 지난해만 무려 5만2685명이 도서관을 이용했다. 택배로 점자책이나 소리책, 점자 관련 자료를 빌려 읽거나 도서관에서 열리는 각종 문화강좌에 직접 참석하는 형태로다.

서 관장은 “곧 대구시 남구에 짓기 시작할 ‘대구 대표도서관’에 점자도서관을 함께 입주하도록 대구시가 배려했으면 한다”며 “500㎡면 점자도서관 공간으로 충분하다. 안정적으로 장애인 서비스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서관 측은 올 하반기부터 도서관 공간 확보 등 지원을 위한 ‘10만인 서명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