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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었나 이 오빠들, 진지해졌네

중앙일보 2016.03.11 01:30 종합 2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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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여관은 얼마 전 똑같은 옷을 입고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주목받았다. 포토샵으로 성형수술을 감행했다. 한번쯤 잘생겨지고 싶었다는 오빠들이다. 왼쪽부터 배상재·임경섭·강준우·육중완·윤장현.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옥탑방 사는 백수 형이 취직해 상사 대리쯤 된 느낌이랄까. 15일 발매를 앞두고 있는 장미여관의 2집 ‘오빠는 잘 있단다’를 먼저 들었을 때 오빠들의 변화가 감지됐다. ‘봉숙이’한테 ‘딱 30분만 셔따 가자’며 샹송 느낌의 경상도 사투리로 대놓고 ‘꼬시던’ 오빠들이 아니었던가. 3년 만에 낸 2집 앨범에는 장미여관 특유의 원색적인 가사가 좀 덜했다.

원색적인 가사 대신 삶의 고달픔
복고풍 벗고 어쿠스틱 세련미
10곡 중 타이틀곡 뽑기 힘들어
쇼케이스 열고 팬들에게 물어


두 개의 타이틀 곡 중 ‘퇴근하겠습니다’에서는 ‘미생’의 고달픔이 느껴지고, ‘이방인’은 어쿠스틱한 노래로 장미여관의 복고풍 사운드에서 벗어났다. 사투리도 뺀 장미여관은 무엇을 노리고 있는 걸까. 혹은 진짜 진지해지기로 작정한 걸까.

강준우(보컬·36)·육중완(기타·36)·임경섭(드럼·38)·윤장현(베이스·42)·배상재(기타·37). 장미여관의 다섯 멤버를 10일 서울 순화동 본사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달라지려고 작정했는 지부터 물었다.

“우리 안에서 나온 음악이에요. 가식적으로 보이려고 한 것도 아니고, 일부러 의도한 것도 없습니다. 같은 똥만 쌀 수 없잖아요. 설사할 때도 있는 거죠. 크하하하.”(윤장현)

이 말에 무너졌다. 2011년 첫 결성해 이듬해 노래 ‘봉숙이’로 단번에 유명세를 탄 장미여관의 성공 전략을 캐내고 싶었다. 그런데 “다 느꼈던 감정을 노래에 담은 것뿐”이라고, “진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장미여관의 이야기를 담는 게 진짜 같아요. 포장도 해봤는데 기억에 남지 않더라고요. 있는 그대로 써서 특별한 게 아닐까요. 장미여관의 노래는 장미여관이 나이 들어가면서 하는 이야기입니다.”(육중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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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여관은 새 앨범을 내기 전인 지난달 27일 쇼케이스부터 먼저 했다. 40~50곡 가운데 앨범에 담을 열 곡을 추렸다. 고심해서 만든 터라 타이틀곡을 뽑기가 어려웠다. 멤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그래서 팬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이날 250여명이 모였고, 현장 투표로 두 곡을 골랐다.

“원래는 ‘처음 본 여자’와 ‘퇴근하겠습니다’가 뽑힐 걸로 예상했어요. 그런데 무대에서 ‘이방인’을 연주하자마자 사람들이 ‘오오오~’하며 좋아하는 거에요. 좀 이질감이 들어서 정규 앨범에 넣을 생각이 없었는데 말이죠.”(강준우)

사실 장미여관의 고민은 1집 때 깊었다. 정규 앨범을 내기 전, 첫 이미지부터 너무 강했다. 양복에 꽃 달고 코믹한 가사의 복고풍 노래를 부르는 밴드라니. “먼저 발표했던 ‘봉숙이’같은 곡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며” 1집을 냈다. 3년 만의 2집 발매를 앞둔 지금 심정은 이렇다. “복고풍 밴드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해도 저희를 나쁜 놈으로 보는 게 아니니까 괜찮지 않나요? 구수한 놈인 거잖아요. 아예 이미지 없이 예술하는 사람보다 낫지 뭘.”(윤장현)

특별한 컨셉트가 없는 게 컨셉트라는 일상밴드 장미여관은 이번 앨범에서도 다양한 일상을 이야기한다. 외로운 이방인 같고,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버티다 퇴근하고 싶고, 술에 취한 밤 옛 애인이 생각나 이름 불러보는 일상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일상 노래를 정규 앨범으로, 한 번에 발표하는 데 고민도 많았다. 온라인 음원의 수명이 너무 짧아져서 안타깝다.

“자식처럼 아끼는 곡인데 세상에 내놨을 때 고르게 예쁨 받지 못하면 안타깝잖아요. 음악 소비가 너무 빨라지다 보니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성과도 줄어들었어요. 사실 2집 앨범을 내기까지 3년간의 공백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게 OST, 싱글곡 등을 꾸준히 발표했어요. 그 노래를 대중한테 보여 줄 수 있는 자리가 없다 보니 공백이라고 느껴지는 것 뿐이죠.”(육중완)

이날 장미여관은 스튜디오까지 밴을 타고 왔다. 멤버 다섯을 포함해 매니저와 메이크업 담당자 등 총 9명이 움직였다. 데뷔 무렵 달랑 다섯이서 츄리닝 차림에 샌들을 신고서 인터뷰하러 다닐 때와 달라졌다. 처음에는 한 명만 유부남이었는데 20일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육중완까지 포함해 멤버 모두가 유부남이 됐다. 장미여관의 앞으로의 활동을 묻자, ‘솔직하게’라는 말부터 했다. ‘가정을 꾸려갈 수 있는 돈과 음악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갖고 오랫동안 장미여관으로 무대에 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1집과 2집의 느낌이 다르고, 아이가 생긴 후 만드는 노래가 다르겠죠. 50~60세에는 ‘백세 인생’ 같은 노래를 만들지도 몰라요. 한국에서 장수하는 밴드가 없는데 길게 하고 싶어요. 자식들 대학 갈 때까지!”

글=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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