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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희귀질환 학생 입학거부는 인권 침해다

중앙일보 2016.03.11 00:38 종합 2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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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웅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소장

우리 병원에서는 얼마 전 특별한 입학식과 졸업식을 가졌다. 사지가 마비돼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인공호흡기를 매일 일정 시간 사용해야 하는 희귀질환(근육병) 학생들의 대학 입학과 졸업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아이들을 보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건강한 아이도 고3 생활을 버티기가 힘든데, 숨쉬기도 움직이기도 어려운 그 아이들이 일반인과 같이 수능에 도전해 당당히 대학에 합격했으니 그럴 만하다.

사실 육체 활동에 제한이 있는 그들이기에 오히려 공부가 더 간절한 바람일 수 있다. 무엇을 익히고, 연구해서 학문적 성과를 내는 게 그들이 꿈꿀 수 있는 유일한 미래일지도 모른다. 팔·다리 근육은 비록 약하게 태어났지만 눈과 뇌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기 때문이다. 그 희망을 잡으려 모든 어려움을 참고 견뎠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렸다. 그리고 너무나 대견했다.

하지만 그날 씁쓸한 소식을 접했다. 좋은 성적을 거둬 원하는 대학에 충분히 입학하리라 예상했던 한 학생이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학부모한테 자세히 사정을 알아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면접에서 신체 조건을 물고 늘어졌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없으면 학교에 오지 못하지 않나” “호흡 곤란이 앞으로도 계속 있을 텐데” “혼자 학업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나”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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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러한 질문들이 사실이라면 면접관들은 교육자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일반인과 똑같이 중·고교를 다녔고, 똑같은 수능을 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면 오히려 가능성을 더 크게 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동안 혼신의 힘을 쏟아부은 이 아이들과 부모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이런 질문들은 삼가야 했었다고 생각한다.

매년 중증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엄청난 노력을 해서 불가능을 극복하고, 사회 편견을 깨고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을 보아왔다. 스티븐 호킹 같은 사람도 사지가 마비된 상태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를 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 교수도 사지를 움직일 수 없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 놓고 강의를 하며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연세대 컴퓨터 공학과 박사 과정 신형진씨도 눈동자밖에 움직일 수 없다. 그런데도 각고의 노력 끝에 최근 삼성전자와 안구마우스(눈동자 움직임만으로도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하는 등 좋은 학문적 성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많은 장애인이 훌륭하게 자신의 앞길을 걸어나가고 있는데 아직도 편견이 남아 있다니 마음이 무겁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면접장에서 장애인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면 성·인종 차별 발언을 한 것만큼 무거운 비난을 받는다. 생각도 못할 질문들이다.

유엔 장애인차별금지규약에서는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인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한국도 장애인이 완전한 사회 참여를 실현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에서 기술적·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정보기술(IT)이 하루가 다르게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눈동자 움직임만으로도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고, 편집하고,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 파워포인트를 만들어 발표도 한다. 눈동자로 모니터의 글자를 치면 자동으로 소리로 전환되는 기술이 상용화됐다. 심지어 입으로 불기만 해도 센서를 움직여 휠체어를 움직일 수 있다. 현재 시작단계인 사물인터넷이 좀 더 보편화되면 사지가 불편한 사람도 전등·TV를 켜고 끄며, 밥을 짓는 등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학교가 변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잠재적 장애인이다. 장애인은 국민 20명 중 1명꼴인데 이 중 90%가 후천적 장애인이다. 아이들이 장애 때문에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꿈을 버려야 한다면 그건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시스템 또한 완전히 변해야 한다. 어떤 대학은 장애인을 위한 지원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 필기와 건물 이동 도우미 제도가 활성화돼 있다. 재학생 중에 자원봉사자를 뽑아 학교에서 일당을 지원해주는 식이다. 계단에는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슬로프가 있고, 장애 학생이 요청하면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준다. 슬로프가 없는 오래된 건물의 강의실에 다니는 장애 학생이 있으면 강의실을 재배정한다. 이 모든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모든 대학이 따라가야 한다.

미국의 경우 많은 대학에서 장애우지원센터(Office for students with disability)를 두고 장애 학우를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슬로프나 엘리베이터 설치, 대필과 이동 도우미는 기본이다. 장애 학우가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 좋은 길, 자동문이 있는 곳 등을 표시한 지도도 제공한다. 장애 학우 전용 차량을 운영해 캠퍼스 이동도 자유롭다. 자신의 장애 때문에 꿈과 희망이 꺾이지 않는 사회, 그런 나라를 만들어 나가는 게 대학의 중요한 역할임을 알아야 한다.

강성웅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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