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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4만원대 ‘모카포트’로 집에서도 에스프레소 즐긴다

중앙일보 2016.03.11 00:03 Week& 6면 지면보기
l 커피전문점 부럽지 않은 ‘홈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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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경기도 용인의 ‘NY커피아울렛’에서 커피 수업이 열렸다. 김대진 바리스타(오른쪽 둘째)와 수강생들이 ‘사이폰’에서 커피가 추출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달콤한 인생을 선사하는 쌉쌀한 한 잔이 있다. 커피 이야기다. 코끝으로 전해지는 진한 향을 느끼며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나른한 일상이 향긋하게 채워진다. 이런 경험을 카페가 아닌 집에서도 할 수 있다. 커피추출기구와 몇 가지 테이블웨어만 있으면 근사한 ‘홈 카페’를 만들 수 있다.
홈 카페를 꾸미는 방법부터 간단한 커피 메뉴 레시피까지, 홈 카페를 즐기는 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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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 안쪽으로 구입 가능한 ‘모카포트’는 불에 직접 끓이는 방식으로 에스프레소를 얻는다.

지난 3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커피복합문화공간 ‘NY커피아울렛’에서 열린 커피 수업. 과학 실험을 연상케하는 기구 하나가 등장했다. 커피가 추출되는 과정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커피추출기구 ‘사이폰(Syphon)’이었다. 김대진 바리스타가 사이폰 아래쪽의 할로겐 램프를 켜자 물이 담긴 둥근 플라스크 속에 불빛이 번졌다.

플라스크 위쪽에 있는 유리 용기 안에 필터를 담고 분쇄한 원두를 넣었다. 유리 용기와 플라스크는 관으로 연결돼 있었다. 플라스크 속 물이 끓기 시작하자 관을 타고 유리 용기로 힘차게 올라가 원두와 만났다. 끓으면서 물의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스틱을 이용해 유리 용기 안을 30초 정도 저으면 원두가 물에 더욱 우러나요.”

김 바리스타가 램프 불을 끄자 플라스크 속 압력이 떨어지면서 용기 안에 있는 커피가 관을 타고 플라스크 안으로 내려갔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이윤경(37)씨는 “커피가 추출되는 모든 과정을 볼 수 있어 시각적 효과가 뛰어나고 로맨틱하기도 하다”며 “이렇게 맛있는 커피를 집에서도 매일 마시고 싶어 커피 수업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김 바리스타는 “원두와 물의 양을 조절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홈 카페의 장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근 2~3년 사이 이곳과 같은 커피복합문화공간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커피 관련 용품을 판매하고 사용법을 가르쳐 준다. 원두와 가정용 추출·분쇄기구, 테이블웨어 등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 김우재 NY커피아울렛 총괄팀장은 “커피 문화가 집으로 스며들면서 커피추출기구 등 홈 카페 관련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진하게 또는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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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카페의 첫걸음은 커피 취향에 맞는 커피추출기구를 고르는 일이다. 같은 원두라도 추출 방식에 따라 커피 맛은 달라진다.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은 크게 ‘에스프레소(espresso)’와 ‘브루잉(brewing)’으로 나뉜다. 에스프레소는 강한 압력을 이용해 빠르게, 브루잉은 천천히 우려내는 방식이다. 에스프레소는 깊고 진하며, 브루잉 커피는 맛이 상대적으로 부드럽다.

카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에스프레소를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길이 다양해졌다. 크기가 작고 가격이 20~30만원대로 부담이 많이 줄어든 가정용 에스프레소 기계 덕분이다. 원두 가루에 뜨거운 물과 압력을 가해 20~30초 만에 소량의 커피를 추출해낸다. 에스프레소의 백미는 커피 표면에 생기는 갈색 ‘크레마(crema)’. 원두 속 지방 성분이 증기와 만나 거품이 된 것인데, 커피가 빨리 식는 것을 막고 향미를 더욱 깊게 해준다. 김 바리스타는 “에스프레소에 우유·시럽 등을 섞는 방식으로 집에서도 거의 모든 종류의 카페 메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3만~4만원대인 ‘모카포트’는 불에 직접 끓이는 방식으로 에스프레소를 얻을 수 있는 기구다. 물을 포트에 붓고, 원두 가루를 ‘바스켓(basket)’에 채워 넣은 뒤 가열하면 수증기 압력으로 물이 솟구쳐 올라가 원두를 통과해 포트로 추출된다. 가장 대중적인 가정용 에스프레소 추출 기구이다. 국내에서 대중화 된 에스프레소머신은 ‘캡슐 커피 기계’다. 원두 가루가 한 잔 분량씩 밀봉 포장된 캡슐을 사용한다.

브루잉 방식의 커피추출기구는 ‘프렌치 프레스’ ‘에어로 프레스’ ‘이브릭’ ‘더치커피 기구’ ‘핸드드립 기구’ ‘사이폰’ 등이 있다. 프렌치 프레스는 하워드슐츠 스타벅스 회장이 “인류에게 알려진 최상의 커피 추출기”라고 극찬했다고 알려진 기구다. 차를 우려내는 방식으로 간단하게 커피를 추출한다. 포트 안에 분쇄한 원두와 뜨거운 물을 넣어 잘 저은 뒤 필터를 눌러 원두 가루는 아래로 가라앉히고 위로 올라온 추출액을 따라 마신다. 주사기처럼 생긴 에어로 프레스는 프렌치 프레스와 원리는 비슷하지만 얇고 가벼우면서 깨지지 않는 재질이라 휴대하기 편리하다.

핸드드립 기구는 기다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깔때기 모양의 드리퍼에 필터를 낀 뒤 커피를 넣고 그 위에 90도 가량의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어 추출하는 방식이다. 김 바리스타는 “물을 부은 뒤 30~40초쯤 지나 커피가 마르면 다시 물을 붓는 작업을 5회 정도 반복한다. 총 추출 시간은 3분 정도가 적당하다” 고 말했다.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쓴맛이 강해진다. 통에 가득한 물이 한 방울씩 천천히 원두 가루 위로 떨어지면서 추출되는 더치커피, 원두 가루를 물에 넣어 반복적으로 끓여내면서 커피를 추출하는 이브릭(Ibrik)도 있다.


커피 테이블웨어 갖추면 미니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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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테이블웨어는 훌륭한 홈 카페를 완성해 준다. 에스프레소 잔(왼쪽)과 커피 주전자. [사진 한국로얄코펜하겐]

기구를 선택했다면 다음은 원두다. 원두는 커피추출기구에 따라 분쇄 정도를 달리해 준비한다. 추출 시간이 길어질수록 원두 가루의 입자를 굵게 한다. 일반적으로 프렌치 프레스가 가장 굵고, 에스프레소가 가장 미세하다. 커피복합문화공간 ‘어라운지’의 정재인 팀장은 “원두는 커피를 추출하기 직전에 분쇄해 사용하는 것이 가장 신선하다”고 조언했다. 원두를 분쇄하면 산소와 접촉 면적이 늘어나 산화가 더욱 빨라지기 때문이다. 원두가 산화되면 본연의 맛과 향을 잃을 수 있다.

가정용 ‘그라인더(grinder)’는 원두를 직접 갈아 사용하는 도구다. 맷돌처럼 원두를 수동으로 가는 ‘핸드밀’과 ‘전동식 그라인더’가 있다. 정 팀장은 “핸드밀은 사용하는 추출기구에 따라 분쇄도 조절이 가능하고 가격이 싼 장점이 있지만 입자가 미세해야 하는 에스프레소용 분쇄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전동식 그라인더는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원두를 한 번에 균일하게 분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몇 가지 커피 테이블웨어만 갖춰도 훌륭한 홈 카페가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잔이다. 한국로얄코펜하겐 최예람 대리는 “커피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몇 가지 잔을 갖춰놓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에스프레소는 크기가 작으면서 입구가 좁고 두께가 두꺼운 도자기 잔이 알맞다. 커피 양이 적어 빨리 식기 때문이다. 잔 안쪽이 흰색이면 크레마가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카페라떼는 우유 거품과 생크림을 올릴 수 있도록 입구가 넓은 잔이면 좋다. 아이스커피는 길쭉한 잔을 이용해야 얼음을 넣어도 넘치지 않는다.

커피 잔과 브런치를 함께 놓을 수 있는 트레이도 유용하다. 도자기로 된 커피 주전자, 설탕을 담는 슈가볼도 홈 카페를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다.

테이블웨어를 한 곳에 수납하면 카페 분위기를 제대로 낼 수 있다. 가구 브랜드 일룸의 마미란 상품기획 담당자는 “벽면에 작은 수납장을 붙이거나 거실에 작은 테이블을 두고 커피추출기구와 테이블웨어를 모아 담으면 근사하다”고 추천했다. 작은 화분, 조명, 그림 등 소품을 함께 놓는 것도 세련된 홈 카페를 연출하는 방법이다.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카페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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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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