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은 이 패에 부담이 없다. 굳이 패를 이기지 않아도 다른 큰 곳을 두 번 둘 수 있으면 충분한데 흑은 이 패의 결과가 승부로 직결되기 때문에 총력으로 매달려야 할 처지다. 47로 먼저 따냈으나 팻감은 백이 많다. 당장 찔러 들어온 48이 서슬 퍼렇다(50…44). 51로 잡을 수밖에 없을 때 52, 53으로 굴복시킨 뒤 거침없이 54로 젖혀간다. 박정환에겐 팻감이 B, C 정도인데 탕웨이싱은 ‘참고도’ 백 1로 끊어 팻감을 양산하는 공장을 가동시킬 수 있다.
동굴에 갇힌 검은 이무기의 목숨을 위협하는 수단 하나, 하나가 모두 팻감이 된다. 공격적인 팻감이 많다는 것도 일종의 두터움. 두터움은 들끓는 승부의 욕망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무게중심이 되기도 한다. 창고를 가득 채운 농부가 겨울을 맞는 마음이랄까. 바로 지금 탕웨이싱의 심정이다.
손종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