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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AI가 두렵다고? 더 두려운 건 ‘AI 기술집단’

중앙일보 2016.03.11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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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
경제부문 기자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첫 대국에서 승리하자 충격이라기 보다 우울함에 빠졌다. ‘올게 왔다’고 마음을 다독여도 그렇다. 물론 따져보면 기계가 인간을 이긴 것이 아니다. 딥마인드 알파고 팀이 놀라운 기술을 완성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기계가 인간보다 잘 하는 일은 많다. 계산도 잘하고 물건도 잘 만든다. 애플의 미숙한 인공지능 ‘시리’가 오랜 친구보다 낫다고 느낀 경험도 꽤 있다. 그렇다면 문제 없는 것일까. 아니다. 우린 지금 많이, 매우 심각하게 우울해야 할 것 같다.

순식간에 정교해질 AI는 고만고만한 지식 노동자를 위협한다. 지금은 AI가 날씨나 증권 시황, 스포츠 경기 결과 기사를 주로 쓰지만 앞으로 기획기사나 인터뷰도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 낼 것이다. 어쩌면 정확도 측면에서 AI가 훨씬 좋은 기사를 쓸 수도 있다. 알파고에서 확인했듯이, AI에겐 물리적 한계가 없다. 떨어지는 체력 같은 개인사정 따위 없는 기자 AI와 대결해 이길 자신이 없다. 넘쳐나는 데이터, 두루 확보된 전문가(전문 AI들끼리 네트워킹이 실시간으로 될 수도 있겠다)로 중무장해 만들어낸 기사와 희로애락 속에서 쩔쩔매며 써 낸 기사. 언론사 데스크는 완성도가 높은 AI 기사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때까지 데스크가 남아 있다면 말이다.

특정 예술 분야에서 인간의 ‘창의성’을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 또한 지나친 낙관이다. 본디 창의성이란 각 업계에서 내려지는 대략적인 평판과 당시의 분위기, 흐름에 기대 형성될 때가 많다. AI가 창의성을 흉내내거나 꾸며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AI의 창의성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 다.

AI가 인간을 돕는 충실한 하인, 조력자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 또한 순진하다. AI는 욕심이 없겠지만, 그 뒤의 구글 같은 거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욕망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기술을 쥔 극소수 엘리트 집단에 의한 지배가 쉬워졌다고 보는게 현실적이다.

1905년 탄생한 자동차가 마차를 대체하면서 마부는 사라졌다. 마부들에겐 그나마 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할 시간이 20~30년 정도 있었다. 우리는 아마도 3~5년 안에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처지다. 그러기 위해선 AI에 대한 치밀한 관심, 무엇보다 의심이 많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AI의 눈부신 퍼포먼스를 바라보며 ”옛날엔 인간이 AI보다 뛰어났다“와 같은 인터넷 댓글을 다는 것 외에 할 일이 없어질 수도 있다.

전영선 경제부문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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