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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지갑 얇은 직장인들 뿔날 텐데, 신용카드 공제 없앨 수 있을까

중앙일보 2016.03.11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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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세청이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의 문을 닫으면서 올해 연말정산 시즌도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상당수 직장인에게 올해도 ‘효자’ 노릇을 한 건 신용카드 소득공제였다.

작년 세금환급 1조8163억원
6차례 일몰 연장, 올 폐지 관심
정부 확정해도 정치권 눈치보기
공제율 조정 대안 마련 전망도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신용카드(체크카드·현금영수증 포함) 소득공제로 직장인이 돌려받은 세금은 지난해 기준으로 1조8163억원이다. 2012년 1조2829억원에서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국세 감면액의 5%가 넘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그런데 이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올해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선다. 1999년 한시 도입된 이후 그간 6차례 일몰이 연장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는 한 해 300억원 이상의 세금을 깎아주는 특례제도는 일몰 때 전문 연구기관의 성과평가를 거쳐 연장·폐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재정 건정성을 위해 비과세·감면 특례를 최대한 제한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평가를 맡은 곳은 국책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 연구원이 2012년 내놓은 보고서(신용카드 활성화 정책 10년: 평가와 과제)를 보면 대략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보고서의 결론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였다.

물론 정부나 국회가 평가 결과를 꼭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제도가 첫 시행된 지난해에는 그 결과가 100% 반영될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기재부 관계자는 “평가 제도의 취지를 생각하면 정부도 전혀 다른 결론을 내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다. 자영업자의 투명한 매출 정보를 확보해 세원을 넓히고, 내수도 살리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파격적인 혜택에 신용카드 사용이 급증하면서 정책효과는 톡톡히 거뒀다.

하지만 제도가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면서 부작용도 날로 커졌다. 카드대란, 신용불량자 문제가 불거진 것은 물론 가맹점 수수료를 놓고 사회적 갈등도 첨예화됐다. ‘고비용’인 신용카드를 소액거래에까지 쓰는 게 보편화 됐기 때문이다. 1999~2009년 10년 간 발생한 사회적 비용만 70조원이 넘는다는 추산이다. 그러니 순수하게 정책적 차원에서만 보면 연구원의 판단이 그르다 하긴 어렵다. 이 연구원의 원장을 지낸 유일호 경제부총리 역시 성향상으로는 ‘폐지·축소’ 쪽에 가까울 공산이 크다.

하지만 과연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없앨 수 있을까. “직장인의 반발, 정치권의 눈치보기를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신용카드 공제율(15%)을 더 내리거나, 공제한도(현 300만원)를 조정하는 식으로 ‘출구전략’을 마련할 거란 절충론도 나온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대마불사’가 된 건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의료비·교육비 등 기존 소득공제 항목은 대거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도 신용카드는 소득공제로 그대로 남겨뒀다. 일반적인 조세 원칙과는 거꾸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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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의료비·교육비 같은 ‘필수경비’는 과표에서 빼주는 소득공제를, 신용카드 같은 장려책은 세금을 일부 돌려주는 세액공제를 하는 게 조세원칙”이라고 말했다. ‘거꾸로 세제’가 등장한 건 아무래도 혜택을 받는 사람의 숫자가 많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손대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란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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