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가 타봤습니다] 제주도 전기차 일주 1박 2일

중앙일보 2016.03.11 00:01
올해는 ‘전기차’(EV)의 해입니다. 현대차가 준중형 세단 ‘아이오닉’, 기아차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 전기차를 각각 선보일 계획입니다. 도요타 ‘프리우스’나 BMW ‘i3’ 같은 국산차 최초의 친환경차 전용 모델이죠. 전기차 돌풍을 몰고 온 미국 테슬라도 국내 진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최대 격전장은 단연 제주도입니다. 지난해까지 제주도에 보급한 전기차는 2368대.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 중 제주도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49%까지 치솟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충전 인프라도 곳곳에 깔렸습니다. 지난해까지 2516개 충전기(급속 337기, 완속 5209기)를 설치했습니다. 이달 18~24일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국제전기차엑스포가 열립니다.

때마침 전기차 관련 이슈도 불붙었습니다. 다음달부터 그동안 무료였던 전기차 충전 요금이 유료로 바뀝니다. 지난해까지 환경부가 전담했던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급을 각 제조사가 맡게 되면서 자동차 메이커도 바빠졌습니다. 전기차 ‘원년’을 맞아 지난 6~7일 한국GM ‘스파크 EV’를 타고 제주도를 달린 이유입니다. 주행 성능은 어떤지, 충전은 어떻게 하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J가 타봤습니다.

제주=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기사 이미지
두둥! 제주공항에서 스파크 EV가 기자를 맞았습니다. 작고 앙증맞은 전륜구동 경차입니다. 전기모터를 얹어 최고속도 시속 145㎞를 냅니다. 가격은 3990만원(보조금 제외하면 2090만원).
기사 이미지
차 둘레를 ‘EV’란 글씨와 전기 코드 무늬로 둘러싸 전기차란 사실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네요. 차를 넘겨 준 한국GM 관계자는 “한 번 완충하면 128㎞까지 달릴 수 있다. 충전기는 충분히 깔려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기사 이미지
차에 올라탔습니다. 전기차 답게 계기판과 시트 곳곳을 푸른색으로 덧씌웠네요.
기사 이미지
계기판을 들여다봤습니다. 왼쪽엔 초록색으로 꽉 찬 건전지 모양 표시와 함께 ‘123㎞’란 숫자가 떴네요. 현재 전기로 달릴 수 있는 거리입니다. 일반 자동차의 연료 측정계라고 보면 됩니다. 오른쪽엔 엔진 분당 회전수(RPM) 대신 kW(킬로와트) 표시가 적혀있습니다. 시동 버튼을 꾹 눌러봤습니다. ‘부르릉’ 하는 소리 같은 건 없습니다. 전기차니까요.
기사 이미지
코스는 제주공항→함덕→성산일출봉→섭지코지→서귀포→제주국제컨벤션센터→산방산→협재→애월→제주공항으로 이어지는 176㎞ 길이 해안 일주도로였습니다. 중간에 신제주~서귀포를 오가느라 한라산 줄기를 두 번 가로질렀더니 약 140㎞를 더 달려 총 314㎞를 뛰었습니다.
기사 이미지
성산일출봉까지 쉬지 않고 해안도로를 내달렸습니다. 곳곳에 핀 유채꽃이 ‘제주의 봄’을 실감케 했습니다. 차 없는 도로에서 잠깐 멈췄다 가속 페달을 꽉 밟았습니다.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9초. 전기차 답게 소음은 못 느꼈습니다. 좀 더 밟자 순식간에 속도계 눈금이 시속 140㎞까지 올라갔습니다.
가속 페달을 밟자 오른쪽 kW 눈금이 위로 올라갔습니다. 일반 자동차로 치면 연비죠. 이 차는 1kWh(킬로와트시)의 전기로 6㎞를 달릴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를 꽉 밟으니 미세한 ‘지잉’ 소리와 함께 눈금이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회생제동’(回生制動) 기능입니다. 속도를 줄일 때 발생하는 마찰 에너지를 다시 전기 에너지로 충전하는 식입니다. 주행 가능거리가 100km 쯤 남았을 때 브레이크를 많이 밟았더니 순식간에 110㎞로 늘어났습니다.
 
백문이불여일견! 동영상으로 확인해보시죠.
 

기사 이미지
도로 곳곳에 기아차 ‘쏘울’, 닛산 ‘리프’, BMW ‘i3’ 같은 전기차가 눈에 띄었습니다. 제주도는 100% 충전했을 때 보통 100~15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 특성에 딱 맞는 크기(면적 1848.5㎢)의 섬입니다. 유독 오르막ㆍ내리막길이 많습니다. 전기차 운전자 입장에선 그만큼 ‘회생제동’이 많다는 얘기죠.
기사 이미지
짭쪼름한 바다 내음에 취해있을 때쯤, “띵동”하는 소리와 함께 계기판에 경고 메시지가 떴습니다. 주행가능거리가 30㎞ 남았을 때였습니다.
‘배터리 전력이 부족합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라디오의 전원을 끄시겠습니까’
올 게 왔구나, 싶었습니다.
기사 이미지
26㎞ 남았을 땐 왼쪽 건전지가 녹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무시하고 달렸습니다. 16㎞쯤 남자 ‘차량 충전 필요’란 메시지가, 12㎞ 남자 ‘추진력 감소됨, 스포츠 모드 작동불가’ 메시지가 떴습니다. 그제야 차를 세웠습니다.
기사 이미지
스마트폰을 켰습니다. ‘전기자동차 충전인프라 정보시스템’(ev.or.kr) 사이트에 접속해 충전소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제주도 어디에 충전기가 있고 사용중인지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제주도에만 환경부에서 설치한 급속 충전기가 49기입니다. 민간에서 설치한 것까지 포함하면 100여 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급속 충전은 완충하는데 20~30분, 완속 충전은 완충하는 데 6~8시간 걸립니다. 한 마디로 주행 중 잠깐 필요할 땐 급속 충전, 집에 세워뒀을 땐 완속 충전하란 얘기입니다. 가까운 급속 충전소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있었습니다.
기사 이미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주차장 전기차 충전소에 도착했습니다. 2대까지 충전할 수 있는데 옆에선 르노삼성차 SM3 ZE 전기차가 충전 중이었습니다. 이 곳은 18일부터 국제전기차엑스포가 열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기사 이미지
전기차를 사면 주는 카드를 대고 화면에 뜬 지시에 따라 충전을 진행했습니다. 주유 노즐 대신 전기 코드 같은 코드를 들고 차량 ‘충전구’를 열었습니다. 코드를 꽂자 ‘딸깍’ 소리가 났습니다. ‘지이잉’하는 큰 소리가 급속 충전을 실감케 했습니다. 남은 시간은 30분. 일분일초가 바쁜 한국 사람에겐 지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분 뒤 돌아오자 화면엔 ‘30L 주유’ 같은 메시지 대신 ‘충전 전력 11.98kWh’가 떴습니다. 요금은? 무료입니다. 한 마디로 전기차를 사면 지금껏 연료비 걱정은 안해도 됐다는 얘기입니다.
기사 이미지
주행 가능 거리가 132㎞로 늘어났습니다.
기사 이미지
다음날 아침 서귀포~신제주 구간을 왕복했습니다. 중간에 전기차 콜센터(1899-8852)에 들렀습니다. 가장 많은 불만사항은 뭐냐고 물었죠. “여름엔 잘 달리는데 겨울엔 배터리가 문제”란 답이 돌아왔습니다. 전기차인 만큼 배터리로 달리는데 한겨울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면 최대 주행거리가 많게는 50%까지 확 줄어든다고 했습니다. 애프터서비스(AS)도 배터리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육지’에서 전문가를 불러야 하는 애로점이 있고요.
기사 이미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다시 들러 충전을 했습니다. 이달 말부터 충전 요금이 유료로 바뀝니다. 한국GM은 국내 운전자 일 평균 주행거리(33㎞) 기준을 적용했을 때 월 2만5000원이 들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다만 가정에서 완속 충전을 전혀 하지 않고 급속 충전만 했을 경우입니다. 전기차는 여전히 경제적이란 얘기죠.

해변을 달리며 햇빛을 그대로 받았습니다. 더워서 에어컨을 틀었더니 주행 가능거리가 쭉쭉 떨어졌습니다. 10㎞쯤 달렸는데 주행 가능거리는 30㎞가 떨어지는 식이었습니다.
기사 이미지
제주공항으로 돌아왔습니다. 총 주행 거리는 314㎞. 주민센터, 호텔, 농협이나 주요 관광지마다 충전소가 있어 불편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차량을 반납하는데 ‘한동안 전기차 탈 일 없겠다’고 생각하니 아쉬웠습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상용차 100%를 전기차로 채울 계획입니다. 계획대로라면 제주도는 세계에서 전기차 비중이 가장 높은 도시가 됩니다.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