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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1 야당 물갈이 잘 했지만 더 과감해야

중앙일보 2016.03.10 19:07 종합 30면 지면보기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현역 의원 5명을 추가로 공천에서 배제했다. 현재까지 16명이 탈락했고 공천 배제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탈락자 가운데는 그동안 당의 극단적인 이념투쟁형 강경노선을 주도한 친노 주류와 막말과 도덕성 시비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인사가 다수 포함됐다.

막말·선동 등 ‘품격 파괴자’ 탈락
친노 패권, 낡은 진보도 청산돼야
여당도 ‘기득권 안주’ 정리해야

이런 모습은 공천심사가 당내 세력다툼을 넘어 품위와 도덕성이라는 공익적 가치와 연결되는 것이다. 이는 제1 야당은 물론 정치권 전체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새누리당도 이런 흐름에 동참한다면 20대 공천은 정치개혁에 불을 댕길 수도 있다.

탈락 의원들은 품위 논란에 휩싸인 경우가 많다. 정청래 의원은 막말 의원의 대명사다. 공식 회의에서 동료 최고위원에게 “공갈친다”고 했다. 당 대표가 참배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하기도 했고 남한을 침범한 무인기가 북한 것이라는 사실을 “코미디”라고 조롱했다. 윤후덕 의원은 딸의 취업을 청탁했고 강동원 의원은 개표조작 의혹과 대선 불복을 주장했다.

1차 탈락자 중에서도 물의로 인한 경우가 많다. 문희상 의원은 무리하게 처남 취업을 청탁했고, 김현 의원은 세월호 유족 대리기사 폭행 사건의 현장에 동행했으며, 임수경 의원은 탈북자에 대한 막말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더민주의 물갈이는 이제 절반에 불과하다. 김종인 대표는 친노 패권주의와 낡은 운동권 정치의 청산을 공언한 바 있다. 더민주를 박차고 나간 국민의당 세력도 이를 강하고 요구하고 있다. 다수 여론도 이를 지지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발표된 공천을 보면 석연치 않은 경우도 적잖다. 4년 전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을 ‘그년’이라고 표현했던 이종걸,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鬼胎-태어나선 안 될 사람)라고 공격한 홍익표, 당내 비판세력을 새누리당의 세작(細作-간첩)으로 몰았던 김경협, 최고위원회의에서 ‘봄날은 간다’를 불러 정치 품격을 떨어뜨린 유승희 의원은 공천을 받거나 경선 기회를 얻었다.

공천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의원 중에는 낡은 투쟁 정치의 선봉에 섰던 이들이 다수 있다. 더민주는 더욱 과감하게 물갈이를 단행해 당의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 중간에서 그친다면 환골탈태가 아니라 ‘선거용 화장 고치기’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개혁은 커녕 연일 친박과 비박의 사생결단식 막장 정치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퇴출 사례는 ‘음주 물의’ 김태환 의원뿐이다. 막말·품위 논란이 없다고 해서 개혁 대상에서 면제되는 건 아니다. 편안한 기득권에 갇혀 의원직을 즐기는 데에만 몰두한 ‘웰빙 의원’도 교체되어야 한다.

여야의 인위적인 물갈이는 제도와 원칙에 어긋나는 점이 적지 않다. 그러나 공천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한국 정치의 현실에서 이는 불가피한 개혁 수단이다. 당이 상식과 순리로 걸러내고, 2차로 유권자가 경선에서 잘 선택하면 20대 국회의 질은 많이 개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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