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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갈팡질팡하는 면세점 규제…졸속 입법이 빚은 참사

중앙일보 2016.03.10 18:57 종합 30면 지면보기
정부가 이달 말 면세점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기로 하면서 다시 업계가 폭풍전야다. 개선안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알려졌다. 특허기간 연장, 특허수수료 인상, 신규 특허 추가 등이다. 지난해 개정된 관세법에 따라 기존 면세점 두 곳을 퇴출하고 5개 신규 면세점을 선정한 지 4개월 만이다. 이 과정에서 2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연간 1조49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부작용이 만만찮게 나타나자 정부가 제도개선 TF를 구성해 마련한 개선안이다.

특허기간 연장안은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하고 결격사유가 없으면 계속 사업을 하는 방식으로 관세법 개정 이전과 유사해질 전망이어서 업계는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신규 특허에 대해선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하게 엇갈린다. 업계에선 이 방안이 특허심사에서 탈락해 올 상반기까지 문을 닫아야 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 면세점에 대한 구제책으로 보고 있다. 두 면세점은 크게 기대를 걸고 있는 반면 신규 진입 면세점들은 반발하고 있다.

신규 면세점들은 현재 3개 점포가 문을 열었지만 명품 브랜드들을 유치하지 못해 반쪽짜리 개업을 한 터라 영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게다가 중국과 일본에 대형 면세점들이 대거 들어서면서 국제적 경쟁도 치열해졌고,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면세점 주 고객층인 유커들의 씀씀이가 예전 같지 않아 업계에서도 긴장도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면세점 정책으로 업계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은 졸속 입법이 어떻게 시장을 망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번 면세점 규제안은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후 졸속으로 처리됐고, 이 법 시행 4개월 만에 보완책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어쨌든 16일 공청회를 먼저 열기로 한 만큼 최선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또 입법은 좀 더 신중하고 세밀해야 한다는 점을 이번 일을 계기로 배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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