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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글로 시작된 日어린이집 대란 일파만파

중앙일보 2016.03.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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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시카와(石川)현 노미(能美)시의 데라이(寺井)어린이집 [사진 중앙포토]

일본에서 한 익명 워킹맘의 블로그 글로 시작된 어린이집 대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여성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일본 정부는 서둘러 논란 진화에 나섰다.

발단은 지난달 중순 한 여성이 "어린이집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라는 제목으로 익명 블로그에 올린 글이었다. 이 여성은 "애 낳아 기르고 일도 하면서 세금까지 내는데 일본은 내게 왜 이러느냐"며 "도쿄올림픽 같은 데 수백 억엔 쏟아붓지 말고 그 돈으로 어린이집이나 만들라"며 욕설이 섞인 거친 글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글은 삽시간에 인터넷 곳곳으로 퍼지며 큰 화제를 낳았다. 지난달 29일엔 야마오 시오리(山尾志?里) 민주당 중의원이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 글을 거론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익명 게시글이기 때문에 사실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며 글의 신뢰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아베 총리의 이같은 반응은 일본 여성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이들은 SNS에서 '#어린이집 떨어진 건 바로 나다'는 해시태그 운동을 전개하고, 4일부터 9일까지 약 2만8000명의 보육대란 해결 요구 서명을 받아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후생노동상에게 전달했다. 5일엔 국회의사당 앞에 여성 40여 명이 모여 '어린이집 떨어진 건 바로 나다'란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사태가 심화되자 아베 총리는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어린이집 대기 아동을 줄이려는 노력은 지난 정권보다 두 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보육사 처우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에 나섰다. 시오자키 후생노동상은 9일 여성들로부터 서명을 전달받는 자리에서 "여성의 활약과 양육 지원은 내각의 최우선과제"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어린이집 부족 현상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 기준으로 일본의 어린이집 대기 아동은 지난해 1796명 증가한 2만3167명에 달한다. 일본은 2001년 고이즈미(小泉) 내각 때부터 '대기아동 제로(0)' 정책을 추진했지만 15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케모토 미카(池本美香) 일본종합연구소 주임연구원은 "고령화 문제는 모든 이들이 겪고 있는 반면 대기 아동 문제는 어린 자녀가 있는 일부 가정에 국한되기 때문에 정부의 해결 의지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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