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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에 인간이 졌다

중앙일보 2016.03.10 02:35 종합 1면 지면보기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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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9일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첫 대국에서 패한 뒤 기자회견장으로 나오고 있다. 이 9단은 오늘(10일) 알파고와 두 번째 대결을 치른다. [사진 강정현 기자]


세계 바둑 최강자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AI) 알파고에 패한 뒤 이렇게 말했다. 작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문을 연 이 9단은 “초반의 실패가 끝까지 이어졌다. (알파고가) 이렇게 바둑을 둘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굉장히 즐겁게 뒀다”며 “이제 시작이다. 첫판을 졌다고 흔들리지는 않는다. 남은 대국에서 이길 확률은 반반으로 본다”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유지했다.

이세돌, 알파고 첫 대국서 186수 만에 불계패
네티즌 “미래 인간의 한계 봤다” 충격·우울
이세돌 “첫 판 졌다고 안 흔들려, 이제 시작”


9일 서울 포시즌스호텔 특별대국장에서 열린 5번기 첫 대국에서 흑을 잡은 그는 대국 시작 3시간30분 만에 186수 불계패했다. 당초 이 9단의 압도적인 우세를 점쳤던 바둑계와 정보기술(IT) 업계는 데이터가 인간의 직관을 누른 역사적인 대국으로 받아들였다. 네티즌도 미래 기술에 무릎 꿇은 인간의 한계를 봤다며 우울함·놀라움·공포가 교차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제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장착한 AI는 더 빠른 속도로 진화할 전망이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AI를 현실에 활용하는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왔을 뿐 AI가 인간을 넘어섰다고 보는 것은 오판”이라며 “AI가 그간 산재해 있던 여러 난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점에서 오늘의 대국은 우울해야 할 일이 아니라 기뻐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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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5개월 전 판후이 2단과의 대국 때보다 진화했다. 변칙적인 수에 침착하게 대응했고 판을 흔드는 강수에는 더 강한 수로 맞받아쳤다.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는 목진석 9단은 “유리한 국면에서는 수비적으로 나오고 불리하다 싶으면 강수를 두는 운영능력이 최상위권 프로기사 수준”이라며 “특히 102로 우변을 침투한 수는 국가대표 기사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묘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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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는 이번 승리를 1969년 아폴로11호의 달 착륙에 비유해 “이겼다.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 멋진 경기를 보여준 이세돌에게도 존경을 표시한다”고 트위터에 썼다.

알파고의 다음 과제는 인기 게임 ‘스타크래프트’다. 구글 브레인팀의 제프 딘은 “바둑과 같은 보드게임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손해용·정아람 기자 sohn.yong@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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