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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포석만 잘 하면 내게 승산…이제 5대 5 승부”

중앙일보 2016.03.10 02:27 종합 2면 지면보기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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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첫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첫 수를 두고 있다. 맞은편은 알파고 개발 회사인 구글 딥마인드의 아자 황 선임연구원. 아마 6단인 그는 알파고를 대신해 바둑돌을 놓았다. [AP=뉴시스]


9일 대국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세돌 9단도, 구글 측도 이렇게 말했다. 이 9단은 1국 패배의 충격을 감추지는 않았다. 알파고에 대해 “오늘 두 가지에 놀랐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초반을 풀어내는 능력이다. 초반은 알파고가 힘들다고 봤는데 그걸 잘 풀더라”고 말했다.

첫 번째 대국 직후 기자회견
“수읽기 자신 없다면 둘 수 없는 수
알파고 이렇게 완벽하게 둘 줄 몰라”


이어 “두 번째로 놀란 건 서로 어려운 바둑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변을 침투하는) 승부수를 던지더라. 수읽기에 자신이 없다면 도무지 둘 수 없는 승부수가 나와서 다시 한번 놀랐다. 바둑적인 이야기라서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9단은 “초반의 실패가 끝까지 이어졌다. 알파고가 이렇게 바둑을 완벽하게 둘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알파고의 도전을 받아들인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고 했다. “지금 사실 충격적이긴 하지만 즐겁게 두었고, 앞으로의 바둑도 기대돼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대국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자신감도 내비쳤다. “앞으로 포석만 잘하면 나에게 승률이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놀랐던 승부수가 나오지 않았다면 내일은 내가 유리하다고 했을 텐데 그 수를 봤기 때문에 이제부터 5대 5 승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알파고에 완패한 유럽 챔피언 판후이 2단과는 뚜렷이 거리를 뒀다. “판후이와 나를 비교하자면 경험적 측면으로 따져보고 싶다”며 “나는 세계대회 우승 경험과 많은 실전 경험이 있어 1국을 졌다고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판후이 2단과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대신 알파고에 대한 평가는 신중하게 미뤘다. “이제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어떤 존재인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도 이날 회견에서 “막상막하의 긴장감 도는 대전이었다”며 “이제 시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맨 처음에도 말했지만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네 번 대국이 남아 있고 오늘 대국이 끝났으니 내일 이 9단이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라며 “그에게 어떻게 알파고가 대응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알파고 수석 개발자인 데이비드 실버는 이날 대국에 대해 특히 “모든 순간 최고의 수를 내기 위해 알파고 영역의 한계치까지 밀고 가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치망과 정책망을 활용하는 모든 면면에서 알파고의 한계를 실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오늘 이뤄낸 업적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회견에서 두 사람은 이 9단에게, 또 이 9단은 “이런 알파고를 개발한 프로그래머들”에게 서로 존경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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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1국 패배의 충격을 잊고 평정심을 회복하느냐는 향후 대국의 관건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영어 해설을 맡은 크리스 갈록 미국 바둑 E-저널 총괄 에디터도 충격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그는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오늘 대국은 매우 뛰어난 수준이었고, 바둑이 지닌 고유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줬다. 대국을 보다 보니 마치 알파고가 어떤 지능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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