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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윤상현 사과 거절…서청원 “통화 녹음, 흉악한 일”

중앙일보 2016.03.10 02:05 종합 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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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9일 오전 국회로 찾아온 ‘욕설 녹취록’ 파문의 당사자인 윤상현 의원과의 만남을 거부했다. [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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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의원이 당 대표실로 찾아갔지만 김 대표는 옆문을 이용해 자리를 피했다. [사진 오상민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윤상현 의원의 사과를 수용하지 않았다. 윤 의원은 김 대표에겐 사과한다면서도 통화 내용 공개 과정에 “음모가 있다”고 버텼다. 살생부 파문 이후 잠잠하던 친박-비박계 간 갈등이 윤 의원의 “김무성 죽여” 발언 파문으로 다시 불붙고 있다.

다시 불거진 친박-비박 갈등
김 대표, 윤 의원 피해 다른 문 출입
이재오도 공천위원 배후론 제기


9일 오전 11시5분 국회 당 대표실에 윤 의원이 도착했다. 윤 의원은 사과하러 왔다며 부속실에서 기다렸다. 20여 분 뒤 김 대표는 평소 이용하는 주 출입문이 아닌 다른 문으로 대표실을 나섰다. 이어 몰려든 취재진에게 “그만하라”는 말만 하곤 국회 본청을 떠났다. 윤 의원과의 면담을 거부한 것이다.

면담이 불발된 뒤 윤 의원은 기자들에게 “있지도 않은 살생부 때문에 너무 격분한 상태에서 술을 마셔 이런 말을 하기에 이르렀다”며 “일단 김 대표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공천 개입 의도에 대해선 “절대 아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취중의 사적 대화까지 녹음해 언론에 전달한 행위는 의도적인 음모”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의 ‘음모론’ 연장선에서 친박계는 통화 내용 녹음의 불법성을 부각했다.

최고·중진회의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은 “윤 의원은 김 대표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당원들에게도 사과하라”면서도 “사적인 발언을 녹음하고 언론에 공개하는 흉악한 일은 앞으로 벌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비박계 이재오 의원은 “문제는 대화의 내용”이라며 “전화를 받는 사람이 김 대표를 죽여버릴 만한 공천위원이거나, 아니면 공천위원에게 오더(지시)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배후론을 제기했다.

비박계 공천위원인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윤 의원이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했기 때문에 정계를 스스로 은퇴하든지 거취를 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보다 더 작은 막말도 공천위에서 심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한구 공천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진상 파악이 우선”이라며 당장의 공천배제론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의원들은 윤 의원의 발언이 몰고 올 후폭풍을 걱정했다. 강석훈(서울 서초을) 의원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당이 패배한다.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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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친박 윤상현 “김무성 죽여버려” 발언 파문
② 김무성 측 “용납 못할 망동” 윤상현 “억울함 토로 중 실언”


문제는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와 친박계 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윤 의원의 발언을 일부 인사가 공천을 좌지우지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그는 “막말 자체보다는 상향식 공천을 흔들고 자기 사람들을 꽂으려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김 대표 측은 윤 의원의 해명과 10일로 예정된 2차 공천 명단 발표를 지켜본 뒤 납득하기 어렵다면 진상 규명 요구 등 가시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침묵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곤혹스러워했다. 한 참모는 “총선에 악재가 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자중자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환 “무소속 출마”=새누리 현역 ‘컷오프’ 1호인 김태환(구미을) 의원이 9일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글=이가영·김경희 기자 ideal@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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