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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지금 북한을 변화시켜야 한다

중앙일보 2016.03.10 00:14 종합 3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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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주 발효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와 한국 등 여러 국가의 독자 제재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금지 품목의 반입과 반출을 차단한다. 이를 위해 유엔 회원국으로 하여금 북한에서 나오거나 들어가는 모든 화물을 의무적으로 검색하게 한다. 둘째, 무역을 축소시킨다. 금과 같은 광물 수출은 원천적으로 금지시키고 석탄·철광석도 생계(livelihood) 목적 외에는 수출하지 못하게 한다. 북한 기항 선박에 대한 해운 제재도 무역을 줄이려는 의도다.

이번 제재는 2010년 5·24 조치와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제재에 비해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그 이유는 제재가 포괄적일 뿐 아니라 중국이 동참할 확률도 커졌기 때문이다. 북한 경제 여건이 2010~2014년에 비해 크게 나빠진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지난 수년 동안 북한 경제가 좋아진 데는 광물 가격의 급상승과 중국의 수요 폭증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북한 경제는 지난해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북한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던 석탄과 철광석 가격이 급락했고 중국 수요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번 제재로 인해 무역에 더 큰 충격이 가해지면 북한이 심각한 경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예전과 달리 북한 경제가 얼마나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한지 알지 못하는 김정은이 도발 시점을 잘못 고른 것이다.

엄격한 통제와 공포정치 때문에 어떤 경제 제재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제재 받는 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정도가 높을수록 제재 효과가 증가하지만 북한과 같은 무자비한 독재 체제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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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북한 경제가 무역으로 먹고사는 구조로 바뀐 현 상황에서는 경제 위기가 정치 위기로 파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50%에 달한다. 무역으로 벌어들인 돈은 정권과 권력층의 주된 수입이며 북한 시장에서의 구매력이 되어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또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공산품의 70%, 농산물의 절반 정도까지 중국에서 수입된다. 만약 무역으로 떼돈을 벌던 권력층과 시장 활동을 통해 겨우 살아가던 주민들이 제재로 인해 이 기회를 상실하면 불만이 비등할 것이다. 살 만하다가 무너질 때 충격은 훨씬 큰 법이다. 김정은은 이를 공포정치로 억누르려 하겠지만 공포와 경제가 싸우면 결국 경제가 이긴다.

제재가 효과를 거두려면 빠져나갈 모든 문을 막아야 한다. 제재의 큰 뒷문은 생계형 목적을 위한 석탄과 철광석 수출을 허용한 것이다. 최근 발간된 『중국의 대북 무역과 투자』라는 책 자료에 따르면 북한 광물 수출 기업의 70% 이상은 군이나 당 소속이다. 만약 군과 당 소속 기업의 활동을 비(非)생계형으로 보고 중국이 이 기업의 수출만 금지한다면 북한은 그 소속을 내각이나 지방정부로 바꾸어 제재를 피할 것이다.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는 기업 소속이 아니라 다른 기준, 예를 들면 소량 거래만 생계형 수출로 간주하도록 중국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제재의 옆문도 열려 있다. 북한의 두 번째 수출품은 의류다. 2015년 의류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의 30%를 넘어섰지만 이번 제재 대상에는 빠져 있다. 이를 이용해 북한은 광물에서 잃어버린 외화 수입을 의류 수출로써 만회하려 할 수 있다. 특히 개성공단 입주기업에서 일하던 북한 근로자들을 낮은 임금으로 동원해 외국 기업의 임가공 오더를 더 받을 수 있다. 또 이들을 중국 소재 의류기업에 근로자로 보낼 수도 있다. 한국과 우방국은 이런 방식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에 대한 3자 제재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제재 효과는 객관적 지표를 통해 측정, 관리돼야 한다. 이번 제재가 북한 무역액을 50% 이상 줄이고 시장 물가를 100% 이상 변동시킨다면 성공적이다. 이 정도로 무역이 줄면 북한 정권의 외화 수입과 권력층 소득은 크게 감소할 것이다. 그 결과 북한 시장에서의 구매력이 위축된다면 장마당 거래가 줄고 물가는 하락할 것이다. 만약 중국으로부터 식량과 소비재의 수입이 준다면 장마당 물가는 올라갈 것이다. 공식무역이 밀무역으로 전환되는 것도 시장 물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무역이 크게 줄고 물가가 요동친다면 이는 제재의 실효성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이제 우리는 제재와 압박이라는, 돌이키기 어려운 길에 서 있다. 이 길로 달려 북한이 변화된다면 우리가 가지 못했던 더 좋은 길과 만날 수 있다. 한반도의 미래와 북한 주민을 위해 우리가 처음부터 갔어야 할 그 길 말이다. 가능성은 열려 있다. 김정은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기서 실패하면 미래는 훨씬 어두워진다. 지금은 가야 하는 이 길을 힘을 다해 달려야 한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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