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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의 아버지' 하사비스…그가 바둑에 도전했던 이유

중앙일보 2016.03.10 00:02

알파고의 성과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하지만, 인공지능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길에 한 단계 올라섰을 뿐입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아버지 격인 데미스 하사비스(40·사진)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최고경영자(CEO)가 남긴 말이다. 지난 2015년 10월, 인공지능 '알파고'가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35)를 꺾은 직후다.

하사비스는 왜 알파고를 통해 바둑 고수를 이기고 싶어할까? 먼저 아래 영상을 보자. 한글 자막도 제공된다. (자막이 보이지 않을 경우 플레이어 오른쪽 하단의 자막 버튼 활성화)
 
 

공개된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그의 의도는 분명하다. 바둑이야말로 정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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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사비스는 "바둑의 경우의 수는 전 우주에 흩어져있는 원자의 수를 합친 것 보다도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바둑 경기의 경우의 수는 10의 170제곱에 이른다. [사진=구글 딥마인드]

 

체스는 매 포지션마다 평균 20개 정도의 다음 수가 있지만 바둑은 200가지 다음 수가 있습니다. 경우의 수도 바둑을 어렵게 합니다. 바둑판을 배열하는 경우의 수는 전 우주의 원자의 수 이상으로 많습니다.

바둑 고수에게 왜 이런 수를 두었냐고 묻는다면 그저 "이게 맞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답할 겁니다. 바둑은 다른 논리 게임보다 더 직관적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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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경우의 수로 정복이 쉽지 않은 바둑이지만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 기반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알파고라면 해볼만 하다는 게 하사비스의 생각이었다. 딥러닝 기술은 인간의 신경망을 닮은 패턴인식 기술로 기계의 자가학습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알파고가 판후이에 이어 이세돌(33) 9단 마저 한 차례 꺾으며 하사비스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됐다.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는 표현으로 성과를 자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꿈꾸는 게 단순히 '바둑 최강자'를 만드는 건 아니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제 다양한 산업으로 인공지능을 확장해나가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맞춤형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영국 국립보건국과의 협업도 이미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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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의 아버지' 하사비스는 인공지능의 미래를 어떻게 예상하고 있을까. 그는 지난 2월 영국 런던에서 중앙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았다. "도전자가 될 수도, 조력자가 될 수도 있다"는 거다.
 

AI는 아주 강력한 도구이지만 가치 판단에 있어서는 중립적이에요. AI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조력자가 될 수도, 반대로 인간에 대한 도전자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이 2014년 1월 인수한 영국 인공지능(AI) 기술기업 ‘딥마인드’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다. 체스 영재로 주목받았던 하사비스는 15세에 고교 과정(A레벨)을 끝냈고 17세엔 수백만 개의 판매를 달성한 시뮬레이션 게임 ‘테마파크’를 개발했다. 케임브리지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비디오게임업체 ‘엘릭서 스튜디오’를 차려 다수의 게임을 출시했고 다섯 차례 세계 게임 챔피언이 됐다.

딥러닝(Deep Learning)

인공신경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기계학습 방법.

이 기술이 제대로 적용되기 전의 컴퓨터는 '고양이'라는 대상을 인식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고양이 사진을 보고 "이 사진이 고양이"라고 강제 학습을 시켜야 해당 사진이 고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외부에서 주입된 학습대상만 인식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고 입력된 모양과 다른 특이한 생김새의 고양이를 인식할 확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딥러닝 기술을 제대로 장착한 소프트웨어는 "이 사진이 고양이"라고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패턴을 분석해 '고양이'라고 인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페이스북의 얼굴인식 알고리즘 '딥페이스(DeepFace)'다. 음성인식 기술 역시 딥러닝 기술 개발 및 적용 이후 비약적으로 인식률이 높아졌다. 애플 아이폰의 '시리', 구글 '음성 검색' 등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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