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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목동 제친 집값…‘명당 판교’ 진짜였군

중앙일보 2016.03.10 00:01 경제 4면 지면보기
    성남시 판교신도시로 이전하는 회사 근처로 이사할 계획인 이병주(49·서울 영등포구)씨는 지난 주말 판교 아파트 시세를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2006년 3월 4억원에 분양된 휴먼시아8단지 전용면적 84㎡형이 9억원 선에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 못지 않게 비싸져서 매입할 엄두가 안 난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집을 사야 할지, 전세로 들어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매매가격 10년 전 분양가의 2배
전용면적 84㎡형 9억원 선 거래

 ‘제2의 강남’이라 불리는 판교 주택시장이 재조명 받고 있다. 집값이 첫 아파트 분양 이후 10년 새 두 배 수준으로 뛰면서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전셋값도 2009년 첫 입주 때와 비교해 3배 수준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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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분양 당시 판교는 ‘로또’로 불리며 강남을 대체하는 신도시이자 인기 주거지로 관심을 모았다. 분양 단지마다 평균 수백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형성된 신도시이고, 주거·업무시설이 어우러진 자족도시인 데다 강남권과 가깝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고꾸라졌고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그러다 2년 전부터 시장이 되살아났다. 이후 집값이 상승세를 타면서 강남 3구 중 한 곳인 송파구 아파트값을 추월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판교신도시의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2317만원으로 송파구(2254만원)보다 비쌌다. 인근 분당신도시(1558만원)의 1.5배 수준이다. 2006년 3월 판교 첫 분양 당시 평균 분양가(1170만원대)와 비교하면 10년 새 두 배 수준으로 올랐다.

 전세 시장도 마찬가지다. 판교의 3.3㎡당 평균 전셋값은 1831만원으로 2009년 첫 입주 당시 678만원 대비 2.7배다. 역시 송파구(1602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첫 입주 때 전용 84㎡형 전세계약 후 2년마다 갱신했다면 2억원 수준에서 시작된 전셋값이 7년 만에 6억원대로 오른 셈이다.

 이곳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강남에서 가까운 데다 굵직한 호재가 많기 때문이다. 신분당선 판교역을 이용하면 강남까지 15분이면 갈 수 있다. 판교 창조경제밸리(제2판교테크노밸리) 조성과 알파돔시티 개발, 수도권 최대 규모인 현대백화점 판교점 개점,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옥 이전, 신분당선 연장선 개통 등 호재도 한몫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강남권 출퇴근이 편리한 데다 판교테크노밸리 등이 조성되면서 직장인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여기다 경기도 혁신학교인 보평초·중·고교가 있어 학군 수요도 몰린다.

 최근 대출 심사 강화 여파로 강남권 일부 아파트값이 수천만원씩 떨어지는 등 주택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판교 집값은 보합세다. 백현동 엘리공인 유현화 사장은 “지난 가을에 비해 거래가 주춤한 편이지만 호가(부르는 값)가 떨어지진 않았다”며 “주변 호재가 워낙 많아 여전히 기대 심리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판교 집값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판교 아파트값은 더 오를 것”이라며 “강남과 가까우면서도 새 아파트가 비교적 많아 주택 수요가 충분히 늘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집값이 많이 올라 투자가치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각종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돼 앞으로 집값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실거주 목적이라 해도 비교적 싸게 나온 급매물을 노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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