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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고교 ‘등굣길 공포’ 선도부 사라진다

중앙일보 2016.03.09 02:43 종합 12면 지면보기
교사를 대신해 등굣길 정문을 지키던 ‘선도부’가 인천 지역 중·고교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인천시교육청은 8일 일선 중·고교에 이번 학기부터 학생 선도부를 폐지하고 자율적으로 상·벌점제를 개선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학생인권조례의 영향으로 학교가 자발적으로 선도부를 운영하지 않는 사례는 있었지만 교육청이 직접 나서서 선도부 폐지를 주문한 것은 인천시가 처음이다.

시교육청, 학교에 폐지 권고 공문
아침 맞이 인사 등 이벤트 제안

학생회 소속인 선도부는 교사 대신 교문 앞을 지키며 학생들의 두발·교복·지각 등을 체크하는 학생들이다. 학생이 학생을 단속하는 것이 권위주의 문화라고 비판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수십 년간 이어진 관행인 데다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쉽사리 없애지도 못했다.

시교육청은 이런 선도부를 없애고 학생회 학생들이 교내 안전 캠페인이나 ‘아침 맞이 인사’ 같은 이벤트를 하도록 제안했다. 생활지도는 담임교사를 중심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두발 제한 등 학교 규정도 학생자치기구인 대의원회가 학생들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도록 하고 상벌제도는 벌보다 상을 위주로 운영하도록 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7월에 있었던 이청연 교육감의 취임 1주년 학생 간담회에서 학생들이 제안한 내용이다. 당시 생활지도 교사들도 “선도부가 꼭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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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운고등학교는 올해부터 선도부를 폐지했다. 대신 곰돌이 ‘푸’와의 프리허그 등 이벤트를 한다.

실제로 인천시 계양구에 있는 서운고는 지난해 5월부터 매주 월요일은 선도부가 아닌 만화 캐릭터 ‘곰돌이 푸’가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맞는다. 또 추첨을 통해 학생들에게 간식을 선물하는 이벤트도 열고 있다.

서운고 학생회장 정해찬(18)군은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웃으면서 등교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도입한 아이디어인데 교내 분위기도 무척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올해부터 아예 선도부를 폐지하기로 했다. 김영진(학생부장) 교사는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아이들의 교칙 위반 여부를 살피기 때문에 선도부가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인천 학익여고와 계양고, 선학중학교 등도 올해부터 선도부와 교문 지도를 없앴다.

시 교육청이 지난해 12월 인천 지역 중·고교 22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16.1%인 36개 학교가 선도부를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중학교(130곳)의 경우 15.3%인 20개 학교가, 고등학교(94곳)는 17%인 16개 학교가 선도부를 폐지했다. 상·벌점제를 없앤 학교도 중학교 12곳(9.2%), 고교 10곳(10.6%)이나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장 선도부를 폐지하면 교사들의 생활지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김진철 시교육청 대변인은 “학생들을 단속하는 것은 교사들의 당연한 업무인데 인력 부족을 이유로 학생들에게 맡기면서 선도부가 생기게 됐다”며 “선도부 폐지와 상·벌점 제도 개선에 대한 다양한 성공 사례를 공유하도록 안내해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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