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외교관들 "트럼프 대통령 되면 어떡하나"

중앙일보 2016.03.08 14:47
기사 이미지

대통령이 되면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사진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의 자극적인 대외 정책에 대한 논란이 국제 외교가로 번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7일(현지시간) 주미 외교관들이 미국 당국자들에게 트럼프에 대한 우려와 불만을 표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엔 한국도 들어가 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유럽·중동·중남미·아시아 외교관들이 최근 사석에서 미국 당국자들에게 트럼프의 외국인 혐오성 발언 등에 대해 불만을 표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당국자들은 해당 국가의 명단을 밝히지 않았지만 인도·한국·일본·멕시코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 당국의 항의는 트럼프가 주장했던 안보 무임 승차에 대한 해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워싱턴의 주미 대사관 관계자는 “미국 정치권의 특정 주자에 대한 입장 전달은 금시초문”이라고 부인했다.

공개 발언에서 극히 예민한 외교관들의 생리로 볼 때 사석에서라도 미국의 국내 이슈인 대선을 놓고 불만이나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주재국의 최대 정치 이벤트인 미 대선을 놓고 특정 후보에 대한 선호도를 전하는 것은 외교적 상식과는 맞지 않다.

그러나 멕시코는 불법 이민을 보내는 나라이고, 중국은 관세 보복의 대상이며, 사우디아라비아·일본·한국은 공짜 안보를 누리는 나라로 묘사하면서 외국인 혐오증을 조장하는 듯한 트럼프의 주장에 국제 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로이터는 “영국·멕시코·프랑스·캐나다 등의 고위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비판했다”고 전했다.

성폭행범을 보내는 나라로 몰린 멕시코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 일간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언사를 보면 (아돌프)히틀러와 (베니토)무솔리니가 떠오른다”고 비난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6일 “트럼프, 마린 르펜, 헤이르트 빌더스 같은 극우 포퓰리스트들은 평화, 사회 통합은 물론 경제 발전에도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월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무슬림 전체에 책임을 돌리는) 트럼프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몰아내는 것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필립 브리드러브 나토군 사령관은 트럼프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대선이 유럽의 동맹국들에 동요를 일으키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블룸버그, 대선 불출마 선언=미국 대선에 무소속으로 뛰어들 가능성을 내비쳤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7일 “나의 출마는 도널드 트럼프, 테드 크루즈에게 당선 기회를 만들어 준다”며 불출마를 발표했다. 당초 블룸버그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고전하며 버니 샌더스와 트럼프의 양자 대결로 가면 제3의 후보로 출마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그러나 “클린턴과 트럼프가 대결하리라는 전망에 블룸버그가 멈칫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출마하면 클린턴과 중도표 나눠먹기로 공화당에 어부지리를 줄 것으로 우려했다는 해석이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