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불법 도박사이트 털어 수천만원 챙긴 10대들

중앙일보 2016.03.08 03:00 종합 10면 지면보기
불법 도박사이트들이 난립하면서 해킹을 통해 돈을 챙기는 10대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7일 불법 도박사이트 등을 해킹해 수천만원의 사이버머니를 챙긴 혐의로 이모(19)군 등 일당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군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불법 도박사이트와 온라인 게임운영사이트 5곳을 해킹해 8500만원 상당의 사이버머니를 빼돌린 혐의다. 특히 이들은 현금과 같은 불법 도박사이트의 사이버머니를 빼돌린 뒤 이를 다시 베팅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사이버머니 빼돌린 4명 입건
먹튀·해킹 '막장 도박' 현주소

실제 도박사이트에선 이 같은 ‘해킹 및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전쟁’이 자주 벌어진다. 자본금이 부족한 소규모 사이트들이 유저가 큰돈을 딸 경우 돈을 주지 않고 ID를 삭제하는 일명 ‘먹튀’ 행위가 빈번한 것이다. 먹튀가 발생하면 유저로부터 시간당 5만~10만원을 받고 어택커(해커)들이 움직여 먹튀 사이트를 공격(디도스)한다.

디도스 공격을 받은 사이트는 마비되고 메인 창에 어택커의 연락처와 함께 ‘돈을 내라’는 메시지가 뜬다. 하지만 최근엔 ‘디방존(디도스 방어존)’이란 업체로부터 보호를 받는 사이트들이 늘면서 운영자와 유저의 전쟁은 3~4시간씩 이어지기도 한다.

사이트 개발자 김인혁(26·가명)씨는 “운영자는 돈을 주지 않기 위해, 유저는 딴 돈을 받기 위해 사이버상에서 소리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며 “이들이 뒤엉켜 싸우는 모습을 보면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 도박사이트에선 사회 이슈를 다룬 이벤트 베팅도 이뤄진다.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 개표를 앞두고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지를 맞히는 이벤트 베팅이 사이트에 올라온 적이 있다. 2014년에는 ‘세월호 베팅’이 불법 도박사이트에 올라오면서 패륜 논란도 일으켰다. 사망자 10명 이하면 1.21배, 사망자 30명 이하는 5.88배, 사망자 50명 이상은 9.57배를 내걸어 네티즌의 비난을 받았다. 이성철(35·가명)씨는 “불법 도박 사이트에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베팅이 종종 올라온다. 연예계 베팅도 있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박진호·최종권·유명한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