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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이기든 지든 구글이 최대 승리자

중앙일보 2016.03.08 02:00 종합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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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마인드 하사비스 CEO는 7일 “팀원들은 일주일 전 입국해 준비작업을 해왔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기자들과 만나 “알파고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며 “알파고가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세돌 9단이 자신 있어 하는 모습이 좋다”며 “하지만 그만큼 우리도 승리를 자신한다”고 덧붙였다.

이기면 인류 과학사에 새 이정표
돈으로 계산 힘든 홍보효과까지

이날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는 20여 명의 내외신 기자가 몰려 ‘세기의 대결’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에릭 슈밋 알파벳 회장(구글 지주회사)도 이번 대국을 관전하기 위해 8일 입국한다.

9일 펼쳐질 ‘인간 대 인공지능(AI)’ 맞대결의 주인공인 한국의 이세돌 9단과 AI 알파고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알파고를 창조한 구글이다.

사실 구글은 이번 대국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힌다. 구글은 대회 상금으로 100만 달러를 내걸었다. 하지만 이번 대국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이미 그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 앞으로 5번의 대국 때마다 쏟아질 보도 예상량까지 감안하면 홍보 효과는 돈으로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번 ‘빅 이벤트’를 생중계하는 곳도 유튜브다. 2006년 구글이 인수한 동영상 플랫폼이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연 잔치를 구글의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전달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대국은 누가 이기느냐와 상관없이 구글에 ‘꽃놀이패’(상대방에게는 치명적이나 자신에게는 손해가 없는 패싸움)다. 알파고가 이 9단을 이기면 구글은 인류 과학기술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지더라도 인간의 두뇌에 도전한 AI의 대명사 기업이란 명성을 다져 나갈 수 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AI가 불러올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목진석 9단은 “바둑을 매개로 AI가 인간의 두뇌를 대체할 정도로 발전할 수 있을지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장”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는 이 9단의 승리를 점치는 이가 좀 더 많다. 하지만 이 우위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알파고는 기존 AI와 달리 데이터를 학습해 추론하고 스스로 상황에 맞게 판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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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AI의 진화에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블루칼라’를 몰아냈다면 21세기 AI는 ‘화이트칼라’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의 적용 과정에서 법·제도의 미비로 사회·경제시스템이 갑자기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AI가 다양한 감각정보를 사람처럼 인식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예컨대 자율주행차는 비닐봉지나 종이박스를 장애물로 인식해 정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인간처럼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으니 밟고 가도 된다’는 판단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이세돌 9단은 바둑·퀴즈 둘 다 하지만 알파고는 바둑만 두고 왓슨은 퀴즈만 푼다”며 “AI가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거나 복잡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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