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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만 내면 읍내까지 … 농어촌 ‘효도택시’ 잘 나가네

중앙일보 2016.03.08 01:12 종합 2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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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군 칠량면에 사는 조남연씨(75·오른쪽)가 이달 초 100원 택시를 타고 귀가한 뒤 ‘택시 이용권’과 요금 100원을 들어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강진군 대구면에 사는 김효순(67·여)씨는 요즘 읍내에 나가는 것이 즐겁다. 농촌에 사는 노인들을 실어 나르는 ‘100원 택시’ 덕분이다. 요금을 100원만 받아 붙여진 이름이다.

충남 이어 울산·전남 등 속속 도입
"운행 늘려달라" 어르신들 요청 쇄도


김씨는 전화만 하면 집 앞까지 오는 택시를 타고 매주 한 번씩 강진읍에 있는 병원을 다녀온다. 100원 택시가 없던 2013년까지는 손으로 미는 보행기를 끌고 2㎞ 가량 떨어진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야 했다. 무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이면 집에서 30여 분을 걸어 나가는 것 자체가 큰 고통이었다. 김씨는 “아픈 허리 때문에 외출은 엄두도 못 냈는데 요즘은 이웃에 사는 노인들과 함께 읍내에 나가는 재미로 산다”고 말했다.

교통복지사업으로 시작된 ‘100원 택시’가 농어촌 주민들에게 인기다. 면 소재지나 읍내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노인들의 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교통 약자’인 시골 노인들에겐 병원이나 5일장을 나갈 때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교통 수단이다. 버스가 다니지 않는 오지 마을의 노인들을 가까운 버스정류장이나 읍·면 소재지까지 태워 준다는 점에서 ‘효도택시’로도 불린다.

100원 택시는 2013년 6월 충남 서천에서 ‘마을택시’란 이름으로 전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지금은 서천군 등 5개 시·군에서 100원 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서천군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이 몰려들 정도로 100원 택시가 자리를 잡았다. 경북에서는 의성군·성주군·봉화군·포항시 등에서 ‘행복택시’란 이름으로 복지택시가 운영 중이다. 장날을 위주로 마을별로 7~8회씩 왕복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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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 택시가 가장 활성화된 지역은 고령화 비중이 22%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전남이다. 전남도는 지난해 14개 시·군 362개 마을에 사는 주민 1만1076명을 대상으로 100원 택시사업을 시작했다. 전남에서 100원 택시는 지난해 1년 동안 2만9987차례 운행됐다.

울산에서는 광역시 중에서 유일하게 ‘마실택시’란 이름으로 지난해 1월부터 맞춤형 택시가 운행 중이다. 시내버스와 소형 승합차 운행이 어려운 마을들을 대상으로 하루 4회씩 택시를 운행한다. 이용요금은 1000원을 받는다.

100원 택시는 지자체별로 이용 횟수나 요금 차이는 다소 있지만 이동거리에 따른 요금 차액을 지자체가 운송사업자에게 보전해 주는 방식은 동일하다.

선심성 공약이란 일부 지적도 있지만 도움을 받는 농어촌 주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자체들이 서비스를 확대하는 이유다. 전남도의 경우 올해 645개 마을, 1만9891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예산도 지난해 18억원에서 올해 37억8000만원으로 늘렸다. 울산시는 “운행 횟수를 늘려 달라”는 민원이 쇄도하자 고정돼 있던 운행시간을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예산 낭비란 지적 때문에 도입을 망설이는 지자체도 많다. 제도는 좋은데 예산 부담이 만만찮다는 이유 때문이다. 불필요한 이용을 막기 위해 이용거리 한도, 이용 대상 연령, 전체 예산 규모 등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북도의 경우 선심행정으로 변질될 우려를 막기 위해 택시보다 미니버스를 보급하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충남대 최진혁(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재정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서비스만 확대하면 결국 피해가 주민들에게 돌아간다”며 “재정 여건에 맞춰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강진·서천·울산=송의호·최경호·신진호·유명한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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