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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약” 전국서 손님, 100년 전통 인천 해수탕의 부활

중앙일보 2016.03.08 01:10 종합 2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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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는 바닷물을 이용한 해수탕이 모여있는 거리뿐 아니라 발만 담글 수 있는 ‘해수족욕탕’도 있다. 송도 에 있는 노천 족욕탕에서 시민과 아이들이 족욕을 즐기고 있다. [사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지난 6일 오후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센트럴파크. 이곳에서 유독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있다. 보트하우스 옆에 있는 50m 길이의 ‘노천 족욕탕’이다. 안에는 어린 아이는 물론 20~30대 젊은이, 어르신들까지 20여 명이 찜질을 하고 있었다. 10분째 찜질 중이라는 한수자(73·여)씨는 “친구가 ‘발이 부드러워진다’고 해서 따라왔는데 주변 경치를 보면서 따뜻한 물에서 족욕을 하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미네랄 많아 피부 매끈, 피로 싹
피부병·신경통에도 효과 입소문


이 족욕탕은 해수탕이다. 여름엔 찬물이 흐르지만 겨울엔 따뜻한 물을 공급한다. 매일 족욕탕을 청소한 후 정수장에서 걸러낸 바닷물을 데워 여과기를 통과시켜 내보낸다. 바람막이 시설도 마련돼 있다. 이용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동절기는 오후 7시30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보니 인근 주민은 물론 지나가던 방문객도 호기심에 구경을 하다가 발을 담근다. 평일엔 200~300명, 주말엔 하루 1000~1200명이 찾는다. 인천 중구 월미도 학무대 부근에 있는 해수족탕 휴게쉼터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길이 48m로 약 3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오는 16일 문을 연다.

해수탕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해수탕은 말 그대로 바닷물을 데워 목욕을 하는 곳이다. 특히 인천지역의 해수탕은 ‘목욕탕’이 아닌 ‘약(藥)탕’이라고 소문이 나면서 주말이면 전국 방방 곳곳에서 찾아온다.

인천은 해수탕의 원조 도시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월미도에 들어선 공중 목욕탕 ‘월미조탕’이 시작이었다. 당시에도 ‘물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포격 등으로 시설이 무너지면서 맥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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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문을 연 유림해수탕은 현재 영업중인 가장 오래된 해수탕이다. [사진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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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미조탕의 추억은 1986년 인천시 중구 연안부두 인근에 문을 연 ‘유림해수탕’이 재연했다. 당시 유림해수탕은 바다 속 암반을 뚫어 인체에 가장 적합하다는 수맥을 찾아냈다. 여기에 파이프를 연결해 해수를 지상으로 퍼 올려 데운 뒤 손님들에게 공급했다.

바닷물인 만큼 물맛은 짜다 못해 쓰다. 하지만 100여 가지의 미네랄 등이 함유되어 있어 목욕을 하면 피부는 매끈해진다. 해수에 녹아있는 무기질이 땀샘을 통해 몸에 흡수되면서 긴장된 근육을 풀어줘 피로회복과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소독효과가 큰 염분 때문에 피부질환· 신경통 등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일부 손님은 목욕이 끝난 뒤 따로 준비한 페트병 등에 물을 담아 가져간다.

가격은 일반 목욕탕과 같은 7000원(성인 기준). 대전에서 왔다는 조영연(60)씨는 “집에서 멀긴 해도 매주 주말마다 여기에 와서 목욕을 한다”며 “여기서 목욕을 했을 때와 안 했을 때의 컨디션이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유림해수탕이 인기를 끌면서 1990년대엔 연안부두 주변에만 20여 개의 해수탕이 들어서 ‘해수탕 거리’를 형성하기도 했다. 현재도 4개 업소가 성업 중인데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항상 만석이다. 유림해수탕 김홍준(62) 대표는 “서울은 물론 경기도 남양주·양평, 강원도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온다”며 “목욕탕 비수기인 여름에도 하루 평균 300여 명이 온다”고 말했다.

최준용 인천 중구청 위생팀장은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주로 해수탕을 찾았는데 요즘엔 젊은 손님이 늘고 있다”며 “허브·인삼·다시마탕 등 다양한 테마탕을 갖춘 업소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에는 중구 말고도 인천 서구와 강화군 등에서 모두 10여 곳의 해수탕이 영업하고 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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