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말 바루기]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

중앙일보 2016.03.08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산 ( )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 들 ( )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박인희 노래 ‘봄이 오는 길’의 시작 부분이다. 괄호 안에 들어갈 낱말로 ‘너머’와 ‘넘어’ 가운데 어느 것이 적당할까?

‘너머’는 경계나 높이를 나타내는 명사 다음에 쓰여 가로막은 사물의 저쪽 또는 그 공간을 뜻한다. ‘고개 너머 작은 마을’ ‘산 너머 남촌’ 등처럼 쓰인다. 위치를 나타내는 명사이므로 ‘너머’ 뒤에 ‘~에’ 또는 ‘~에 있는’을 붙여도 말이 잘 통한다.

노래의 괄호 부분도 각각 위치를 나타내므로 ‘너머’가 적절하다.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 ‘들 너머 뽀얀 논밭’이 된다. ‘산 너머에 있는 조붓한 오솔길’ ‘들 너머에 있는 뽀얀 논밭’으로 바꾸어도 말이 잘 된다.

‘넘어’는 동사 ‘넘다’에서 온 부사어다. 지나거나 건너는 등의 동작을 나타낸다. “고개를 넘고 넘어 마을에 도착했다” “경제 위기를 넘어 다시 일어섰다” 등과 같이 사용된다. ‘너머’는 위치, ‘넘어’는 동작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렇다면 산울림의 노래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가사에서 ‘너머’는 어떻게 될까? ‘창문 너머로’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문제가 없다.

“산 너머(넘어) 산이다”고 할 때가 많이들 헷갈린다고 한다. ‘산 너머 산’ ‘산 넘어 산’ 모두 가능한 표현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하나의 단계를 넘으니 또 다른 역경이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로 쓰이므로 “산 넘어 산이다”고 해야 한다. 줄이면 “산 넘어 산”이 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