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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제은행, ' 마이너스 금리정책 한계 있다'

중앙일보 2016.03.0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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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제은행(BIS)이 마이너스 금리를 비판하고 나섰다. BIS는 글로벌 중앙은행 대변기구다. 이런 BIS가 일본·유로존·스웨덴·덴마크·스위스 중앙은행이 채택한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분석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부 회원 은행의 정책을 비판한 셈이다.

BIS는 6일(현지시간) 발표한‘마이너스 금리정책은 어떻게 실시됐는가(How have central banks implemented negative policy rates?)’란 정책보고서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나라별로 효과를 냈을 수 있지만 시중은행이 기업과 가계에 빌려준 돈의 이자는 여전히 플러스여서 정책의 효과가 희석됐다”고 평가했다.

현재 일본 등의 마이너스 금리는 중앙은행-시중은행간 자금거래에 적용된다. 시중은행이 여윳돈(지급준비금 외 자금)을 중앙은행에 맡기면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보관료를 내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2014년 중반부터 스웨덴 등이 먼저 시작했다. 올 1월엔 일본은행(BOJ)이 나섰다. 그 바람에 일본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주요 7개국(G7) 가운데 처음으로 마이너스 수준으로 내려갔다. 마이너스가 정책금리 영역을 너머 국채시장으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BIS는 마이너스 금리의 다른 부작용도 지적했다. “시중은행의 순이익이 마이너스 금리 때문에 줄어들어 자금 중개 기능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중은행의 실적 악화는 중앙은행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중앙은행이 공급한 돈은 시중은행을 거쳐 풀리면서 신용이 창출된다. BIS는 “시중은행 실적이 나빠져 대출 능력이 떨어지면 신용창출 기능이 위축된다"며 "그 바람에 기준금리 조절 등 통화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BIS는 “시중은행뿐 아니라 보험회사와 연기금펀드도 충격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이 단기 자금시장과 채권시장에서 굴리는 자금의 수익이 나빠질 수 있어서다. 블룸버그 통신은 “마이너스 금리정책 이후 일본 단기자금 거래가 70% 가까이 줄었다”며 “은행간 또는 금융회사간 자금시장이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데도 별 효과가 없을 전망이다. 블룸버그가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채택한 다섯 나라의 경제분석가 63명을 상대로 최근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경제규모가 클수록 통화가치 하락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27% 정도(기준 50%) 만이 엔화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쪽이었다. 실제 엔화가치는 BOJ의 마이너스 금리정책 이후 6% 정도 올랐다. 마침 글로벌 시장이 불안해 자금 피난 현상이 일어나서다.

유로존과 스웨덴의 통화가치가 마이너스 금리정책 때문에 떨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40% 정도였다. 기대한 만큼 유로화 가격이 떨어져 수출을 촉진하기는 어렵다는 예상이다. 반면 결제 규모가 작은 덴마크와 스위스에서는 일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덴마크와 스위스의 통화가치는 각각 90%, 70%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물경제 부양엔 효과가 있을까. 스티브 로치 예일대 교수는 최근 칼럼에서 “마이너스 금리는 자금의 공급을 자극하는 정책이지만 가계나 기업의 빚이 이미 포화상태이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실시해도 대출이 늘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차대조표 불황이다.로치 교수는 “일본 등 많은 나라의 빚이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며 “이런 때 자금 수요가 아닌 공급 측면을 자극한다고 대출이 늘어 투자와 소비가 증가하진 않는다”고 했다.

이런데도 일본 등이 마이너스 금리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블룸버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현재 -0.1%에서 -0.3%로, 유로존은 -0.3%에서 -0.5%로, 스위스는 -0.75%에서 -1.0%로 더 낮출 것이란 전망이다. 스웨덴만이 현재 -0.5%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국제결제은행(BIS)=미국이 독일에 빌려준 자금을 영국과 프랑스 등에 전쟁배상금으로 나눠주기 위해 1930년에 설립된 국제금융기구. 독일 전쟁배상금이 탕감된 2차대전 이후엔 중앙은행 국제기구로 변신했다. 중앙은행 총재의 정보교환 창구로 구실하면서 통화정책을 분석해 조언하고 시중은행 건전성 기준 등을 만들어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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