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클릭e판결] 하루 8시간 10일 서서 일하다 쓰러진 근로자에 대한 회사의 책임은?

중앙일보 2016.03.07 11:13
기사 이미지
대형마트에서 10일 연속 하루 8시간씩 앉지 못한 채 일하다 쓰러진 근로자에게 회사가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2단독 정회일 판사는 근로자 A씨가 D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08년 9월 한 식품업체의 일용직 판촉직원으로 고용돼 추석 연휴를 앞둔 10일 동안 대형마트의 행사 판매대에서 추석 선물세트를 진열·홍보하는 일을 했다. 일을 끝낸 다음 날인 추석 당일 아침 A씨는 반신 마비 증상으로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국립재활원에서 뇌경색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으나 A씨의 마비 증상은 계속됐다.

근로복지공단과의 행정소송을 벌인 끝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은 A씨는 자신을 고용한 식품업체를 상대로 치료비 등 4억여원의 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종일 앉지 못한 채 10일 간 일한 것과 뇌경색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였다.

노동부령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옛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1990년 7월 제정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비치할 것을 사업주의 의무로 정하고 있다. A씨는 “D사가 의자비치 의무를 어겼고 10일 중 3일 동안은 예정에 없이 창고에서 물건을 옮기는 일까지 도맡았다”고 주장했고 정 판사도 이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정 판사는 “그렇다 하더라도 D사가 A씨의 근로내용이나 여건으로 인해 업무상 재해가 통상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판사의 판단은 “10일 동안 휴일 없이 하루 8시간을 서서 일했다고 뇌경색이 올 수 있다고는 볼 수는 없다”는 신경외과 전문의의 소견서에 근거를 뒀다. 또 A씨가 퇴근 후에도 다른 옷가게에서 하루 3시간30분 가량 추가로 일했다는 점도 A씨의 근로와 뇌경색 사이에 인과관계를 부정한 이유가 됐다.

정 판사는 “10일 간 휴일 없이 일한 것은 A씨의 동의에 의한 것이고 휴일근무에 따른 가산금도 지급돼 근로기준법 위반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