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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야심작 ‘바다 위 LNG공장’

중앙일보 2016.03.07 00:15 경제 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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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세계 최초 FLNG의 명명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테크닙(배 상부구조 설계) 티에리 필렌코 회장, 페트로나스사 완 즐키플리 완 아라핀 회장, 페트로나스 회장 부인인 아주라 아흐마드 타주딘 여사,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 정 사장의 부인인 허경숙 여사. [사진 대우조선해양]

4일 오전 경남 거제의 옥포조선소 입구를 통과해 자동차로 5분여를 달리자 멀리서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가 보인다. 이는 거대한 공장이면서, 동시에 배다. 한 여성이 높이든 도끼로 배와 연결된 밧줄을 끊자 뱃머리에 적힌 ‘PFLNG SATU’라는 글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대형 꽃바구니가 터지고 형형색색의 꽃가루가 날렸다. 4년을 고생한 현장 근로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세계 최초로 FLNG 플랜트 상용화
물 위서 액화천연가스 생산·하역
정성립 사장 “기존에 없던 길 개척”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 상용화에 성공했다. FLNG는 액화천연가스의 생산·저장·하역이 가능한 설비를 물 위에 띄워 놓는 신개념 해양플랜트다. 심해에 있는 천연가스를 채굴한 뒤 정제해 액체로 저장하고 육지로 옮기는 과정을 모두 물 위에서 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가스전에서 긴 파이프라인을 설치해 가스를 육지로 보내고 육상에서 액화 및 저장 단계를 거쳤다.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 6월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로부터 수주를 받으면서 개발을 시작했다. 수주 금액만 8억 달러(약 9600억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프로젝트다. 이날 명명식에는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완 즐키플리 완 아리핀 페트로나스 회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밧줄을 끊은 이는 아리핀 회장의 부인인 아주라 아흐마드 타주딘 여사다. 부여 받은 이름은 ‘PFLNG SATU’, ‘페트로나스의 첫 번째 FLNG’라는 뜻이다. SATU는 말레이시아어로 1을 뜻한다.

PFLNG 1은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길이가 365m, 폭은 60m로 에펠탑을 뉘어놓은 것보다 길다. 면적은 축구장 3.6배에 달한다. 연간 12만㎥ 천연가스를 정제하고 하역할 수 있다. 배 안에는 한번에 최대 18만㎥까지 저장할 수 있는데, 이는 대한민국 전체 국민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프로젝트여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우조선해양의 LNG 선박 제조 기술을 총망라했다. 여러 작업을 한 공간에서 진행하는 설비인 만큼 부분별 기술이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선체를 진수(선박을 건조 후 처음 바다에 띄우는 일)하는 데만 25개월이 걸렸다. LNG를 정제하는 상부 구조물은 프랑스 엔지니어링 업체 테크닙과 협업해 1년여 동안의 노력 끝에 설치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부문의 부진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에만 5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수준인 LNG 선박 제조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금까지 148척의 LNG선을 수주해, 97척을 인도했다. 액화천연가스는 석유나 석탄과 비교해 친환경 연료로 분류되는 만큼 그 수요가 늘고 있어 대우조선해양의 LNG 관련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정성립 사장은 “FLNG는 높은 기술력을 가진 LNG선 분야와 그동안 부진했던 해양플랜트 분야의 기술을 결합하는 새로운 사업으로 기존에 없던 길을 개척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거제=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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