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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전이성 대장암 환자 절망 말아요…생존기간 계속 늘어납니다

중앙일보 2016.03.07 00:02 부동산 및 광고특집 1면 지면보기
서울아산병원 김태원 교수 심층 인터뷰
대장암 표적항암제 치료 어디까지 왔나

암세포 성장·진행·전이
신호 받는 모든 유전자 검사
올해부터 건강보험 적용

살인사건 용의자가 떨어뜨리고 간 열쇠꾸러미. 경찰은 열쇠를 들고 피해자가 갇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가가호호 탐문수사를 벌인다. 그러나 자물쇠는 열리지 않고 피해자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영화 ‘추격자’의 한 장면이다. 암을 치료하는 과정도 다르지 않다. 열쇠(표적항암제)가 있어도 자물쇠(환자의 유전자)를 찾아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다행히 대장암은 열쇠와 자물쇠의 연결고리(바이오마커)가 어느 정도 밝혀진 분야다. 특히 올해부터는 이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검사에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됐다.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환자 부담을 줄였다. 대장암 치료 권위자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태원 교수에게 대장암 표적치료에 대한 전망을 들었다.

한때 ‘한 글자로 된 암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폐암·간암·위암이다. 대장암은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식생활이 서구화하면서 대장암 환자 수는 증가했다. 대장암은 이제 국내에서 세 번째로 많이 발생하고, 네 번째로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남성의 경우 대장암 발생률이 위암에 이은 2위다. 게다가 대장암 환자 네 명 중 한 명은 수술이 힘든 전이성 대장암으로 진단받는다. 수술 후 전이되는 환자까지 포함하면 대장암 환자의 50~60%가 전이성 대장암이다. 김태원 교수는 “대장암 환자의 절반 이상인 전이성 대장암의 치료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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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환자 절반 이상 전이성 대장암
전이성 대장암은 치료가 어렵다. 20년 전에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가 진단 후 6개월을 사는 것이 고작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생존기간은 1년에 그쳤다. 지금은 2년의 벽을 훌쩍 넘어섰다. 이제는 생존기간 3년의 벽에 도전하고 있다. 김 교수는 “표적항암제가 나오면서 전이성 대장암 환자도 2년 이상 살게 됐고, 신약 개발과 다학제 진료(협진)로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가 이뤄지면서 평균 3년 이상 생존하는 단계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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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항암제라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표적항암제에 맞는 바이오마커(Bio-marker·생체표지자)가 있어야 한다. 바이오마커는 표적항암제가 특정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다. 의사는 암의 발생과 성장에 관여하는 유전자 이상을 검사를 통해 확인한다. 김 교수는 “가장 이상적인 표적항암제는 바이오마커가 있는 항암제인데, 다행히 대장암은 일부 표적항암제에서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 특성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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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표피성장인자 연결 차단
바이오마커의 중요성은 대장암 세포가 생존·증식하는 원리를 보면 분명해진다. 대장암 세포의 표면에는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암세포가 외부로부터 표피성장인자(EGF)를 받아들이는 인자다. 이 둘이 결합하면 암세포 내부에 ‘성장·분열을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암세포는 이 신호를 받고 증식한다.

 이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바로 표적항암제다. 전이성 대장암 표적항암제 ‘세툭시맙(상품명 얼비툭스)’이 대표적이다. 표적항암제는 표피성장인자 대신 수용체에 결합해 암세포가 성장·진행·전이에 필요한 신호를 받지 못하도록 차단한다. 암세포가 증식하는 도로에 파란불이 켜지지 않도록 하는 셈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모든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암세포가 이렇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암세포 안에서 분열신호를 받는 RAS 유전자가 암세포의 성격을 결정한다. KRAS 유전자와 NRAS 유전자 두 가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아무리 표피성장인자와 수용체의 결합을 막아도 암세포가 증식한다. 표적항암제가 듣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가 KRAS 유전자 검사에 이어 올해부터 NRAS 유전자 검사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한 이유다.

 김 교수는 “대장암 표적항암제 세툭시맙의 경우 KRAS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에게 치료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고, 최근에는 NRAS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며 “두 가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쉽게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돌연변이가 없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가 기대할 수 있는 치료 효과는 뚜렷하다. RAS 돌연변이가 둘 다 없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 367명에게 1차 치료요법으로 기존 항암제에 표적항암제(세툭시맙)를 함께 사용한 결과, 전체 생존기간이 28.4개월로, 기존 항암제만 사용할 때(20.2개월)보다 8.2개월 길었다. 또 301명을 대상으로 한 다른 임상시험에서는 표적항암제와 기존 항암제를 함께 투여한 결과, 전체 생존기간이 33.1개월에 달했다.

개인 맞춤형 치료 길 열려
표적항암제가 전이성 대장암 환자 생존기간의 한계를 허물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정 유전자 유무에 따라 환자의 장기치료 전략이 달라지고 표적항암제의 효과도 달라진다”며 “바이오마커를 통해 치료 효과가 높은 환자군을 선별함으로써 환자는 자신에게 더 좋은 치료제를 빨리 처방받아 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이성 대장암을 진단받았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새로운 임상시험 등 신약 치료 기회가 늘어나는 만큼 주치의와 상의하면 더욱 좋은 치료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원 교수 일문일답
“대장암 유전자 검사 건강보험 적용, 표적항암제 효과 극대화할 수 있어 ”

올해 1월부터 KRAS 유전자 검사에 이어 NRAS 유전자 검사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모두 전이성 대장암 표적항암제 처방을 결정짓는 검사다. 김태원 교수에게 유전자 검사의 중요성과 기대효과에 대해 들었다.
유전자 검사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RAS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는 표적항암제 효과가 없어 해당 약제를 처방하지 않는다. 이런 환자는 전체 환자 중 50% 정도 된다. KRAS 유전자 검사만 시행했을 때는 35~45% 정도였던 돌연변이 비율이 NRAS 유전자 검사까지 시행하게 되면서 50%까지 올라갔다. 실제로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환자의 불필요한 치료를 막을 수 있다.”
비용 부담은 얼마나 줄었나.
“모든 전이성 대장암 환자는 진단을 받으면 치료 전에 RAS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비용이 꽤 들었다. NRAS 검사의 경우 비용이 12만~40만원에 달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된 후에는 환자 본인부담이 8000원 정도로 1만원이 채 안 된다.”
유전자 검사는 어떻게 진행되나.
“유전자별로 각각 진행된다. KRAS와 NRAS 유전자 검사는 세 군데씩 암 조직을 떼어 검사한다. 조직이 많이 필요하다. 검사 결과는 해당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다’ 혹은 ‘없다’로 나온다. RAS 유전자 검사는 바이오마커의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객관적이고 비용 대비 효과적이다.”
검사의 정확도는 어느 정도인가.
“검사에서 중요한 것이 특이도와 민감도다. 특이도는 질병이 없는 것을 없다고 검출하는 능력, 민감도는 질병이 있는 것을 있다고 검출하는 능력을 말한다. 두 가지 지표가 높을수록 정확한 검사다. RAS 유전자 검사의 특이도는 100%에 가까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민감도다. 첫째 이유는 암 조직 자체에 정상 조직이 섞여 있을 수 있어서다. 검사하는 조직에 암 조직이 10~20%는 포함돼야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둘째는 조직을 떼내기 어려운 경우다. 가령 5년 전에 수술받고 재발한 경우라면 몸속 깊이 재발해 조직을 얻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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