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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홍대·이태원 지고 연남동·경리단길 뜨는 이유

중앙일보 2016.03.04 00:01 경제 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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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한 부동산정보업체가 주요 상권의 임대료 동향을 조사했다. 고공행진을 계속하던 홍대·이태원 상권은 위축되고 주변 지역이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부동산114가 분석한 상권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의 임대료는 이태원 상권의 경우 전분기 대비 7.7%나 떨어졌고 홍대 상권도 2% 하락했다. 이들 지역은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불리는 곳으로 외국 관광객에게도 이름이 알려진 명소다. 한때는 이곳에 장사를 하고 싶어도 빈 상가가 없어 입주를 못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지역이다.

 그랬던 곳이 이제 기세가 꺾이는 분위기다. 반면에 주변의 연남·상수동과 경리단길이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연남동 상권의 임대료 상승폭은 12.6%로 높았고 상수동도 9.3% 뛰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핫 플레이스로 주목받자 상가 주인들이 임대료를 너무 올려서 그렇다. 한정된 공간에서 팔 수 있는 물건은 한계가 있는데 임대료를 대폭 올리니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세입자 입장에선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해 임차료가 싼 곳으로 옮기는 게 상책이다.

그래서 주변지역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기존 상권은 수요 위축의 된서리를 맞게 된다. 유명 맛집이나 이색 상가들이 속속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면 아무리 유명세를 탔던 곳이라도 용빼는 재주가 없다. 1980~90년대 핫 플레이스로 불렸던 이대·신촌상권과 대학로가 영광을 유지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주변에 경쟁상권이 생겨도 변화가 생기는 법이다. 호반건설이 판교에 조성한 스트리몰 아브뉴 프랑은 한때 인기 높은 명소로 꼽혔다. 많은 인파가 몰려 상점마다 고객이 넘쳐났다.

그러나 인근에 축구장 13개 크기의 현대백화점이 문을 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요가 분산되면서 예전의 호황세는 찾을 수 없다. 한정된 수요를 나눠 갖는 바람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요즘의 아파트 분양시장도 그렇다.

지난해 중반까지는 분양만 했다 하면 다 팔리는 완판 경쟁이 벌어졌으나 근래 들어서는 미분양 물량이 쌓여간다. 경기침체 영향도 있지만 수요 감소 여파가 치명적이다.

 부동산 투자에도 영원한 영광은 없다는 얘기다. 부동산 자체는 움직이지 않지만 가치는 수시로 변한다. 세상의 흐름이나 주변 여건에 따라 변화폭은 달라진다. 이제는 트렌드를 잘 파악하지 않으면 성공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다. 그만큼 경쟁대상이 많아졌고 수요 또한 한정적이어서 그렇다. 흥하고 망하는 곳의 구분이 뚜렷해졌다.

무릎 수준의 가격에 사서 어깨 정도 오르면 팔아야 한다는 주식투자의 교훈을 부동산에도 접목해야 때인 듯싶다.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사고 파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소리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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